(서울=연합인포맥스) 홍경표 기자 = 올해 연기금 업계에서는 기금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인선이 가장 큰 이슈였다.

600조 원이 넘는 돈을 굴리는 '자본시장 대통령' 국민연금 CIO 인사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인선을 다시 하는 사태까지 벌어졌고, 결국 공석인 상태가 1년 넘게 지나서야 CIO 자리가 채워졌다.

국민연금 CIO 인선과 더불어 올해 교직원공제회와 행정공제회, 경찰공제회 CIO 임기가 만료돼 주요 공제회의 CIO 선임도 화제가 됐다.

국민연금 4차 재정계산 결과를 바탕으로 기금고갈 시점을 늦추기 위해 보험료율을 올리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했으나 국민의 반발이 거셌으며,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연금 개편 방안을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주 이전 이후 실장급을 포함한 운용역들이 계속해서 이탈해 국민연금에서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연기금들은 배당 오류 사고를 일으킨 삼성증권을 거래증권사에서 제외하고 투자 비중을 줄이기도 했다.



◇ 국민연금 CIO 선임…1년여 만에 공백 메워

국민연금은 올해 2월 기금이사추천위원회를 열어 신임 CIO 인선을 시작했다. 지난해 7월 강면욱 CIO가 사임한 뒤 9개월여 만이었다.

공모와 면접 등을 거쳐 CIO 후보 최종 3인이 추려졌고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가 유력 후보로 선정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임명 제청을 준비하고 있었으나 인사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후 국민연금은 CIO 적격자가 없다고 밝힌 뒤 초유의 CIO 재공모 절차를 시작했는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곽 전 대표가 CIO가 되는데 개입했다는 이야기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재공모 CIO 후보로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와 안효준 BNK금융지주 글로벌 총괄부문장(사장) 등과 함께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거론됐다.

국민연금은 결국 CIO 공백 1년여 만에 기금본부 실장 출신인 안 사장을 CIO로 선임해 시장 변동성 확대 속에서 안정을 택했다.



◇ 공제회 CIO 임기 만료 잇따라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공제회 CIO의 임기도 잇따라 만료돼 CIO 인선이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올해 말 연임 절차를 앞둔 CIO도 있다.

경찰공제회는 올해 9월 대의원회를 열어 이도윤 경찰공제회 CIO 연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이 CIO는 임기가 2020년 2월까지 2년 연장됐다.

이 CIO는 2016년 10월 경찰공제회 첫 민간 출신 CIO로 임명돼 업무를 시작했다. 이 CIO는 경찰공제회 운용 조직 전반의 투자 역량을 끌어올렸으며, 경직적인 조직문화를 성과 중심으로 바꾼 것으로 평가받는다.

교직원공제회와 행정공제회도 CIO 연임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강성석 교직원공제회 CIO는 8월 말 임기가 만료됐으며, CIO 연임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직무를 연장 수행하고 있다. 강 CIO는 2015년 취임 이후 3년 연속 5%가 넘는 안정적 수익률을 보였다.

장동헌 행정공제회 CIO는 지난달 임기가 만료돼 직무를 연장 수행하고 있으며, 행정공제회의 CIO 후보 최종 3인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 CIO는 지난해 주요 공제회 중 가장 높은 수익률(10.9%)을 내면서 자산운용 측면에서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 국민연금 제도개선 논란

정부는 2013년 이후 5년여 만에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추계결과를 발표했는데, 제도가 변화 없이 현재대로 유지될 경우 2042년에 적자로 돌아서고 2057년에 적립기금이 소진된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국민연금 제도의 지속성을 위해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소득의 9%에서 12~15%로 올리고, 현재 45%인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초안을 공개했다.

하지만 보험료 인상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고 반발이 심해지자,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정부 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문 대통령은 정부 초안에 제시된 보험료율 인상 폭이 국민 기대치보다 높다고 봤다.

정부는 보험료율 인상을 최소화하면서 국민연금 제도를 개편할 방안을 찾고 있으나, 묘수가 없어 개편안의 국회 제출이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 국민연금 운용역 줄이탈

국민연금 기금본부가 전라북도 전주로 이전한 전후로 운용역들이 국민연금을 계속해서 등지고 있다.

기금본부에서 사실상 '넘버2' 역할을 했던 이수철 운용전략실장이 사퇴하면서 올해만 실장급 이상 9석 중 4명이 기금본부를 나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김 실장 사의 전 채준규 주식운용실장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특정 감사 이후 해임돼 기금본부를 떠났다.

조인식 전 CIO 직무대리도 CIO 공백기 동안 해외증권실장을 겸임하면서 기금본부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지만 올해 7월 사의를 표명했고, 김재범 대체투자실장도 기금본부를 떠났다.

실장급 이외에도 고성원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뉴욕사무소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해외사무소 운용역마저 기금본부를 등지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연금은 부족한 운용역을 충원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 38명의 기금 운용역 채용을 진행했지만 실제로는 20명밖에 뽑지 못했다. 올해 10월 기준 기금본부 인원은 정원인 278명을 밑도는 240여 명이다.



◇ 삼성증권 배당사고에 연기금 거래 중단

삼성증권이 올해 4월 우리사주에 주당 1천 원씩 배당하려다 1천 주를 배당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교직원공제회 등 연기금들은 배당 오류 사고를 일으킨 삼성증권과의 국내 주식 거래를 중단했다.

삼성증권은 4월 5일 종가 기준 총 112조6천985억 원을 나눠줬고, 삼성증권 직원은 배당받은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팔아 삼성증권 주가가 급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삼성증권은 배당사고 사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6개월 일부 영업정지와 구성훈 전 삼성증권 대표를 포함한 임원 직무정지, 과징금, 과태료 제재를 받았다. 한국거래소는 제재금으로 최고수위인 10억 원을 부과했다.

국민연금은 삼성증권 주식비중을 올해 7월 기존의 12.52%에서 11.20%까지 줄였으며, 올해 하반기 거래증권사에서도 제외했다. 삼성증권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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