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올해 들어 기록적인 약세를 나타내며 주요 글로벌 통화 중에서도 약세가 두드러진 위안화의 내년 전망은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내년에 달러당 위안화의 가치가 7위안 아래로 떨어지는 '포치'(破七) 현실화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7위안은 달러-위안(CNY) 환율의 주요 저항선이며 위안화 패닉 매도세와 자본유출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지점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무역 갈등 고조…'포치' 재료

많은 전문가는 내년에도 위안화 약세는 이어질 것이며, '포치'는 현실화할 것이라 주장한다.

이미 달러-위안 환율이 7위안 부근에 근접한 상황에서 내년 중국의 경기 둔화, 무역 갈등 고조가 예상되고 이는 위안화 약세 재료이기 때문이다.

소시에테제네랄(SG)은 내년 달러-위안 환율이 7.2위안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UBS의 왕타오 중국경제 연구 책임자는 달러-위안이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7위안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왕 연구원은 만약 내년 미국이 중국산 제품 전체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달러-위안이 7.5위안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아이리스 팡 ING 중화권 이코노미스트도 무역 갈등이 고조되는 만큼 달러-위안 환율이 올해 말 7위안에 도달하고, 내년 말까지 7.3위안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팡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미·중 무역 갈등이 해소될 경우 위안화가 내년 말까지 달러당 6.5위안 수준으로 강세를 나타낼 수 있지만, 이는 높은 확률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경기 둔화와 미국과 중국 간의 통화정책 차별화(divergence)도 위안화의 약세를 전망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경기 우호적인 환경에서 금리를 인상하는 반면 중국은 경기 둔화에 대응한 완화적인 통화·재정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의 무역 전쟁을 치르며 지난 3분기 약 10년 만에 최악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중국 입장에서는 정책 방향을 쉽사리 전환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중국의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6.5%를 기록,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이후 최악으로 추락했다.

일부 기관들은 중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6% 아래로 떨어져 수십 년 만의 최저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UBS 왕 연구 책임자는 무역 전쟁이 확전할 경우 내년 중국의 성장률이 5.5%까지 추락해 2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릴 수 있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바클레이즈는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2%로 하향 조정하면서 달러-위안 환율은 내년 2분기에 7.15위안으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 둔화 속도 제한, 부양책…'포치'는 피할 듯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기 둔화 속도가 내년에는 올해만큼 가파르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중국 정부가 추가 부양책을 펼칠 수 있는 만큼 '포치'는 현실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 전쟁의 '일시휴전'을 타결한 만큼 무역 갈등이 현재 수준 이상으로 고조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에 따른 전망이다.

ABN암로는 2019, 2020년 연말 달러-위안 환율 전망치를 6.7위안으로 제시했고, 만약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이 극심한 수준으로 치달을 경우에만 환율이 7위안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내년과 내후년 중국의 경기 둔화가 점진적일 것으로 보이고 인민은행이 위안화의 가파른 절하를 용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저우 하오 코메르츠방크 신흥국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위안화가 경상수지 흑자 감소와 통화정책 완화로 하락 압력을 받고 있지만, 미·중 무역협상에 따라 소폭 힘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년 말 달러-위안 환율 전망치를 6.95위안으로 제시했다.

켄 청 미즈호은행 외환 전략가는 내년 말 달러-위안 전망치를 6.8위안으로 내다봤다.

◇다른 변수는…중국 당국의 '포치' 용인 여부, 미국 '눈치 보기'

중국 당국의 '포치' 용인 여부와 미국 '눈치 보기'도 위안화의 또 다른 변수다.

위안화의 가치가 달러당 7위안 이하로 떨어질 경우 중국 정부가 이를 용인할지, 무역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의 눈치를 보며 위안화 절하 속도를 조절할지 등이 위안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에 따르면 과거 '포치'는 중국 당국자들이 마지노선으로 생각하는 위안화 약세 지점으로 생각돼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 등 당국자들은 환율은 외환시장의 원칙에 따른 것이며 '포치'와 같은 특정한 환율 지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이 시장의 원칙에 따른 위안화의 자율 변동을 선호하고 있다면서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더라도 인민은행이 개입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그러나 실제로 '포치'의 가능성이 근접하면 인민은행이 자본유출 우려 등으로 위안화의 절하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여기에 위안화 약세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눈치 보기도 위안화를 둘러싼 셈법을 복잡하게 만든다.

위안화의 약세는 미국 재무부의 주시를 받는 문제이며 동시에 미·중 무역협상의 주요 의제로 부상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중국이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위안화의 절하 속도를 조절하거나 위안화를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미국 측이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미·중 회담에서 위안화와 관련된 요청을 했고, 이에 따른 중국의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미국 측이 중국에 위안화를 경쟁적으로 평가절하하는 행위를 자제하라고 요청했고, 중국이 이에 답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재무부도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는 않았으나 중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하고 위안화 약세에 대한 우려를 여러 차례 표시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위안화 약세는 민감한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한 인터뷰에서 "위안화가 너무 빨리 떨어지고 있다(dropping like a rock)"라며 위안화를 공개적으로 지목, 약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위안화 문제가 추후 무역협상의 성사 여부와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의 한 요소가 된 만큼 중국 당국이 위안화의 주요 약세 지점으로 고려되는 '포치'를 허용할지는 미지수다.

올해 11월 초 달러-위안 환율은 6.98위안까지 근접하며 '포치' 코앞에 근접했다.

외환시장에 따르면 당시 인민은행은 '포치'를 방어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과 외신은 인민은행이 특정 지점에서 국유은행에 달러화를 매도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보이고, 외환 보유액과 역외 시장의 유동성을 활용해 위안화의 가치를 떠받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역내 달러-위안(CNY), 역외(CNH), 기준환율 변동 추이>

 

 

 

 

 

 

 

 

 

 

 

 

 

 

 

 

 

 

 

 







<2016년 이후 CNY, CNH, 기준환율 추이, 2016년 이후 올해의 환율이 가장 높은(위안화 가치 약세) 수준이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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