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채용비리·대출금리 조작·강력한 돈줄죄기 등 어느 하나 간단한 이슈가 없었을 정도로 올해 은행권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한 해였다.

채용비리의 악재를 벗어나기 위해 은행들은 10여년 만에 필기시험을 부활했고,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는 비판에도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합리화하기 위한 논의에도 착수했다.

부동산 급등과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된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한 강력한 돈줄죄기 정책에 은행들은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기 위해 부산했다.

시금고 은행이 되기 위한 은행들의 쟁탈전은 대표적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과도한 경쟁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은행권에 디지털 바람이 확산하면서 관련 인력을 확대하고, 시스템을 확충하려는 움직임도 새로운 변화의 모습이었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통과로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출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면서 은행권과 ICT 기업 간 합종연횡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지주로 다시 전환하면서 완전한 민영화를 위한 기틀을 다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끝나지 않는 채용비리 여파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거진 채용 비리 여파는 올해도 이어졌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채용 비리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는 처지가 됐다.

10여년만에 은행들이 신입 행원을 뽑으면서 필기시험도 부활했다. 채용비리 재발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자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은행권은 지난 6월 '은행권 채용 절차 모범규준'을 제정하기도 했다.

내부 직원의 채용 과정 개입을 막기 위해 문제 출제부터 시험 감독까지 일체 외부에 위탁하는 은행들도 늘었다.

은행들은 면접 과정에서도 외부 면접관을 활용하고 인공지능(AI) 면접을 도입하는 등 공정성 장치 마련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대출금리 조작…뒤늦은 산정체계 개편

금융감독원이 지난 6월 발표한 대출금리 산정체계 검사 결과 KEB하나·씨티·경남은행 등이 대출 금리를 부당하게 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3개 은행은 소득이나 담보 입력을 누락하는 등의 방식으로 총 26억6천만 원의 이자를 과다하게 부과한 것이 적발돼 이자 환급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재발 방지를 위해 지난 6월부터 은행권과 공동으로 대출금리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대출금리 산정내역서와 대출금리 모범규준 개선, 비교 공시 강화, 제재 근거 마련 등이 주요 논의사항이다.

이 중 비교 공시 강화는 은행업 감독 규정 개정이 필요해 금감원 관할 하에 진행 중이며, 제재 근거 마련의 경우 현재 의원 입법으로 '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시장 논리로 결정되는 대출 가산금리에 금융당국이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올해 안에 대출금리 산정 체계 개편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시금고 쟁탈전 과열…출혈 경쟁 논란도

서울시금고로 시작된 은행권의 지자체 금고 경쟁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과열 양상을 보였다.

신한은행이 3천억 원을 배팅하며 서울시금고를 따내자 세종시, 인천광역시, 제주도 등 지방 시도금고로도 출연금 경쟁이 이어졌다.

지난 5월 신한은행은 우리은행 104년 독점을 깨고 34조원 규모의 서울시 금고사업권을 따냈다.

하지만 은행들의 시금고 따기 경쟁은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이어지면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은행들의 출혈 경쟁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가 사실상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나서면서 은행들의 새로운 수익 사업 찾기 경쟁은 앞으로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은행권에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워라밸'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지난 10월부터 모든 영업점과 부서에서 주52시간 근무제를 시작했다.

하나은행도 같은 달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범 운영 중이다.

신한은행은 근무시간을 관리하기 위해 다음달부터 PC 사용시간 관리 시스템을 시범 도입하고 연장 근로를 1주에 최대 12시간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국민은행도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만 업무용 PC를 사용하는 'PC 오프제'를 검토하고 있다.

당초 은행권은 내년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할 방침이었으나 지난 4월 김영주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시중은행장들을 만나 조기도입을 당부하면서 일정을 앞당겼다.

◇금융당국 DSR 규제 강화

금융당국이 지난 10월 31일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에 나섰다.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되고 있는 가계 부채 규모를 조절하고 증가세를 안정화하기 위해서다.

은행권은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따라 지난 3월부터 DSR을 시범 도입해 운영해 온 바 있다.

금융당국은 10월부터 DSR 70%를 초과하는 대출에 대해 고DSR 대출로 규정하고 시중은행·지방은행·특수은행별로 관리 기준을 설정했다.

이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신규 대출 취급액 중 DSR 70% 초과대출은 15% 이내로, 특수은행은 25% 이내로, 지방은행은 30% 이내로 관리해야 한다.

정부는 DSR이 전체 금융부채에 대한 상환 비율을 따지는만큼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가계부채 증가의 안정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yw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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