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최종적으로 잔금을 납입할 때까지 인수ㆍ합병(M&A) 성사 여부는 모른다고 하지만, 올해 M&A 시장에서는 유독 '반전'과 '깜짝'이라는 수식어가 많았다.

연초 대우건설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인 호반건설이 갑작스럽게 인수를 포기한 데 이어 금호타이어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가능성까지 제기됐다가 극적으로 중국의 더블스타에 팔렸다. 하반기에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웅진그룹의 코웨이 인수가 자본시장을 뒤흔들었다.

◇대우건설 '반전'의 서막 = '이 정도 건설사를 인수할 기업이 과연 있을까' 지난해 말 매각을 시작한 대우건설은 국내자본시장의 이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국내 3대 건설사인 데다 최근 건설업황을 고려할 때 과연 인수자가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부호가 잇따랐다.

주인공은 곧 모습을 드러냈다. 호남 기반의 중견 건설사 호반건설이다. 호반건설은 1조6천억원에 달하는 인수가를 제시하면서 우선협상자로 낙점됐다.

그러나 매각자인 산업은행과 호반건설의 '달콤한 꿈'은 일주일 만에 깨졌다. 호반건설은 3천억원 규모의 대우건설 해외사업장의 부실로 갑작스럽게 인수를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이 때문에 애초에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에 대한 인수 의지가 사실 '제로(0)'였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삼킬 여력은 되지만, 불가피한 손실에 철회한다는 '홍보 효과'만 거뒀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결국 8년 만에 대우건설을 품에서 떠나보내려 했던 산업은행 내부 관계자는 씁쓸한 웃음만 지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한마디에…금호타이어 2년 만에 팔렸다 = 지난 2017년부터 시작한 금호타이어 매각작업은 올해까지 이어졌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우선매수청구권과 관련된 갈등으로 한 번 무산된 데 이어 더블스타로 매각하려는 산업은행과 금호타이어 노조의 갈등에 또 한 번 위기를 겪었다.

노조는 청와대를 압박하면서 금호타이어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단호했다. 청와대는 대통령 뜻이라며 "정부는 절대로 정치적인 논리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불가피하게 30~40%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결국 더블스타로의 매각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고, 올해 7월 약 2년에 걸친 금호타이어 M&A는 막을 내리게 됐다.

이 거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사실상 금호타이어 매각작업은 문재인 대통령이 성사한 것"이라며 "증권사와 법무법인, 회계법인 등 자문사의 역할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한국콜마, CJ헬스케어 품고 '1兆 클럽' = 대우건설, 금호타이어 등 산업은행발(發) M&A와 달리 민간영역에서 '핫딜(Hot-deal)'은 단연 CJ헬스케어였다.

한국콜마와 한앤컴퍼니 등 전략적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 다수는 CJ헬스케어에 관심을 보였고, 결국 고용 안정성 등에서 큰 점수를 받은 한국콜마의 품에 안겼다.

인수가는 1조3천100억원. 올해 1분기 말 한국콜마홀딩스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이 1천658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콜마의 인수 의지도 상당히 강한 것으로 읽힌다. 사실 한국콜마는 과거에도 CJ헬스케어 인수를 위해 여러 차례 CJ그룹에 타진한 바 있다.

한국콜마는 미래에셋프라이빗에쿼티(PE)와 스틱인베스트먼트, H&Q코리아 등 주요 사모펀드와 손잡고 자금 부담을 경감하는 데 주력했다.

CJ헬스케어는 내용액제, 고형제 등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수액제에도 강점을 보유한 제약회사로 거듭났고, 이런 가운데 유명 숙취해소음료 브랜드 '컨디션'까지 거머쥐게 됐다. 올해 대형제약사의 기준인 매출 '1조원 클럽'도 진입이 유력하다.

이로써 CJ그룹은 유풍제약을 인수하고서 34년 만에 제약업에서 철수하게 됐다.

◇CJ헬스케어 팔고, 슈완스 품은 CJ그룹 = CJ헬스케어를 매각한 CJ그룹은 '그레이트 CJ' 비전에 맞게 해외로 눈을 돌린다.

그레이트 CJ는 오는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 이 가운데 해외에서 70% 이상을 거둔다는 CJ그룹의 비전이다. 그 결과 미국 2위의 냉동 피자 회사 '슈완스 컴퍼니'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

CJ그룹은 CJ헬스케어를 매각할 때 활용한 모건스탠리와 법무법인 세종을 인수자문사로 선정하고 주요 사모펀드를 우군으로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최대 3조원에 달할 매물로 평가된 만큼 조력자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CJ그룹은 협상 과정에서 슈완스의 가격을 깎는 데 주력했고, 슈완스 경영진은 CJ그룹과 같은 SI가 회사를 더욱 키워줄 것으로 판단해 이를 수용했다. 두 회사가 합의한 가격은 2조원이다. 예상한 가격에서 1조원 정도 깎인 셈이다.

이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슈완스 경영진은 슈완스가 사모펀드에 팔리면 여러 사업 부문을 분할해 매각될 것을 우려했다"면서 "자신들도 일부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로 남는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CJ그룹은 슈완스 인수로 미국 식품유통망을 보유하는 동시에 2조원이 넘는 해외 매출을 추가하면서 그레이트 CJ 달성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는 평가다.

◇1년의 '밀당'…코웨이 인수에 성공한 웅진 = 자본시장에서 이보다 애절한 '러브 스토리'는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말 코웨이를 되찾겠다며 인수추진을 선언한 웅진그룹 이야기다.

웅진그룹은 지난 2013년 코웨이를 매각할 때부터 다시 사들이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코웨이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웅진그룹에 안 판다'고 거부했다. 오히려 보유한 코웨이 지분의 상당량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팔며 '우선매수권을 보유한 우리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팔았다'는 웅진그룹과 소송전도 치렀다.

그렇게 약 1년의 세월이 흐른 올해 10월 중순,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웅진그룹이 자금조달을 확정하고서 MBK파트너스에 최후의 제안을 한 것이다. 스틱인베스트먼트를 FI로 영입한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의 투자확약서(LOC)까지 받아 MBK파트너스에 건넨 것이다.

마땅한 원매자를 찾지 못한 MBK파트너스가 고민에 들어간 것도 바로 이 시기다.

약 2주 동안의 밀고 당기는 협상 끝에 지난 10월 말 두 회사는 1조6천850억원에 코웨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전격', '깜짝', '반전' 등의 수식어로 표현했다.

웅진그룹은 최근 2차 계약금을 납부하는 등 코웨이 인수작업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 잔금 납입이 내년 4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MBK파트너스는 6년 만에 코웨이를 떠나보내게 된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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