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세계 경기가 급속한 하강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주가와 유가, 금리 등 각종 금융지표에 이러한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뉴욕증시는 작년 연말 급속한 변동성에 휘둘렸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엔 다우지수가 2.9% 폭락하면서 122년 역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주가 하락은 경기 하강의 전주곡과 같다. 미·중 무역 전쟁에 대한 우려와 세계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주식 가격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유가는 작년 10월 기록한 배럴당 76달러선에서 연말 45달러로 수직 낙하했다. 지난해 마지막 석 달 동안 40%가량 빠진 것이다. 유가 하락은 국내 제조업체들의 비용을 낮춰주는 단비 역할도 하지만 이렇게 단기간에 급속하게 추락하면 오히려 경기에 악영향을 끼친다. 유가의 급락은 곧 세계 경제의 둔화를 예고하는 것으로 우리 수출시장에 먹구름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장단기 금리의 역전 현상도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요소다, 작년 연말 미국 국채 단기물과 장기물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통상 장기물의 금리가 높고 단기물 금리가 낮은 게 정상이지만 미국 통화 당국의 잇단 금리 인상에 영향받아 단기물 금리가 장기물을 뛰어넘은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그동안 호황을 보였던 미국의 경기 침체 돌입을 예고하는 시그널로 작용하고 있다.

새해에도 글로벌 가격변수는 우리 경제에 우호적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곳곳에서 드러나는 세계 경기둔화 우려는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시그널이 될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다가오는 혹한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험난한 대외파고에 우리는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반도체 호황은 이제 끝물에 접어들었고 자동차 등 다른 수출품목들은 대외환경 악화로 부진에 빠져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적인 경기 둔화국면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면 우리 경제는 옴짝달싹할 수 없는 처지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은 기업대로 위기의 난국을 헤쳐나갈 묘안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힘을 합쳐 위기 극복을 해도 모자랄 판에 각계에서 의미 없는 논쟁으로 허송세월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작년 한 해 우리는 각종 경제이슈에서 논란의 함정에 빠진 채 제자리걸음만 했다. 올해도 이런 식으로 흘러가면 곤란하다. 소모적인 논쟁은 접고 일사불란하게 대외파고를 방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산업증권부장)

jang7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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