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전세계 금융시장을 'R의 공포'에 떨게 했던 미국 수익률 곡선 역전은 일주일 천하로 끝났다.

미국 국채수익률 곡선은 우상향으로 돌아왔고, 마이너스를 기록하던 독일 국채수익률도 플러스로 돌아섰다.

최근 공개된 3월 유럽과 중국의 경제 지표는 2월의 부진을 씻고 반등 신호를 보냈다. 미국의 탄탄한 고용시장도 확인됐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타결 기대도 커졌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너무 지나쳤을 수 있다, 어쩌면 최악은 이미 지나갔을 수 있다'는 인식에 전 세계 주식시장은 랠리를 펼쳤고, 미국 S&P500은 사상 최고치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불과 보름 전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지난달 22일, 미국 3개월 국채수익률은 10년 국채수익률을 뛰어넘었다. 금융위기 기억이 뚜렷한 2007년 이후 처음이었다. 스프레드는 -10bp 이상으로 벌어졌고 28일까지 마이너스 상태를 유지했다. 그리고 29일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역전이 10일 연속 지속해야 역사적으로 믿을 만하다는 월가의 진단 속에서 역전은 열흘이 되기 전에 해소됐다.

플러스로 전환된 뒤에는 미 국채는 꾸준히 스프레드를 확대했다. 17일 기준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3개월보다 13.8bp 높다.

그러나 안심할 수는 없다. 수익률 곡선 역전이 언제든 발생하기 쉬운 구조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국채의 '기간프리미엄'이 많이 축소돼 경제 상황이 나빠지지 않더라도 수익률 곡선 역전은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

기간프리미엄이란 장기 채권 보유자에게 해당 만기까지 금리 불확실성, 인플레이션 기대에 대해 추가로 지불하는 가치를 뜻한다. 역사적으로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 상승 등으로 연준이 긴축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투자자 우려 때문에 기간프리미엄은 양의 값을 유지했다.

지금은 기간프리미엄이 계속 줄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미 10년물 국채 평균 기간 프리미엄은 2017년 -0.21에서 2018년 상반기 -0.35, 하반기 -0.42, 올해 1분기에는 -0.67로 낮아졌다.









기간프리미엄이 축소되면 수익률 곡선 역전 빈도도 높아진다.

실제 리치몬드 연준의 작년 12월 보고서에 따르면 기간 프리미엄이 높으면 수익률 곡선 역전 기간 비중이 작았고, 반대로 낮으면 역전 비중이 높았다.

1985년부터 1998년까지는 평균 기간 프리미엄이 1.62였는데, 수익률 곡선 역전 기간 비중은 0.10%였다. 2012년 이후부터는 평균 기간 프리미엄이 0.16으로 떨어졌는데, 역전 기간 비중은 0.46%로 높아졌다.

기간프리미엄이 큰 플러스면 미래 단기금리에 대한 하락기대가 형성되더라도 수익률 곡선 역전이 나타나기 어렵다. 반대로 기간프리미엄이 매우 낮다면 미래 단기금리에 대한 기대형성과 무관하게 수익률 곡선이 역전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기간프리미엄은 1985년 이후 안정된 인플레이션에다 글로벌 양적 완화에 따른 미 국채 수요 증가가 더해져 계속 하락했다. 위험을 평가하는 투자자의 눈높이가 바뀐 영향도 있다.

JP모건은 "금융위기 이후 연준의 보유자산 규모 확대로 10년물 국채금리가 50bp 정도 낮아졌고, 10년과 2년 수익률 곡선의 기울기를 40bp 정도 낮췄다"고 분석했다.

연준 위원들도 수익률 곡선이 경기 상황을 설명하는 데 이전만큼 효과적이지 않다는 근거로,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의 기간프리미엄을 지목했다.

일각에서는 중앙은행의 강력한 지배력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채권시장의 기간프리미엄이라고 주장한다.

정부 부채인 국채는 중앙은행이 찍어낸 돈을 대체할 수 있다고 인식된다. 이에 따라 국채수익률 역시 일반적으로 중앙은행이 설정하는 기대치를 따라간다. 시장 변수보다는 중앙은행의 기대치에 수렴하면 기간프리미엄이 준다.

마이너스 금리, 마이너스 기간프리미엄. 양적 완화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이전과는 다른 기준으로 봐야 할 게 많아졌다. (곽세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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