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0세기 초 미국인들의 일상을 재치있는 화술로 묘사한 소설가 오 헨리(O henry)의 대표작 중 '경찰관과 찬송가'라는 작품이 있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읽었을 법한 이 소설은 먹고 살기 힘들어 교도소에 들어가려 온갖 시도를 하는 뉴욕의 한 젊은 노숙자 소피(Soapy)의 이야기를 내용으로 한다. 길지도 짧지도 않게 딱 겨울 3개월만 교도소살이를 할 수 있는 사소한 범죄를 저지르지만, 그때마다 경찰관은 그를 체포하지 않고 풀어준다. 교도소행을 원하던 그의 계획이 번번이 실패하자 이것도 운명이려니 생각하고 앞으론 제대로 된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하던 찰라 경찰관에게 체포되는 아이러니한 결말로 마무리된다.

100년 전 미국의 현실을 묘사한 이 소설 같은 상황이 지금 우리 사회에도 가끔 투영돼 나타난다. 얼마 전 광주에선 구직난과 생활고를 비관해 여관방을 불태운 30대 남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이 30대는 소설 속의 소피처럼 교도소에 들어가려고 불을 지르고 여관 입구에 서서 경찰에 붙잡히길 기다렸다고 한다.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풀어주면 다시 오겠다"며 소란을 피웠다는 후문이다.

경기도 고양시에선 길 가던 여성의 핸드백을 빼앗아 달아나던 30대 날치기범이 체포됐다. 그 역시 일거리가 없어 경제적 형편이 어려웠으며 며칠째 굶다 보니 배고픔을 참지 못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검거 당시 얼굴이 매우 수척한 상태였다는 게 경찰의 말이다. 먹고 살기 팍팍한 우리네 삶이 나아지지 않다 보니 생계형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유사한 형태의 범죄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요즘 더 도드라져 보이는 건 우리 경제가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국내 경제연구기관들은 일제히 한국 경제의 회복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물론이고 무역과 수출, 기업들의 이익, 일자리 문제 등 우리 경제를 구성하는 주요 항목들 중 낙관적인 모습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국내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과 세계경제성장률 둔화 등 해외 경제상황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답답한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일자리 문제에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뼈아프다. 앞서 말한 생계형 범죄가 늘어나는 건 기본적으로 고용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의 총체적 문제가 노동시장에 집약돼 나타난 셈이다. 양극화가 심화될 수록 서민의 삶의 질은 떨어지고 있다. 고용의 질과 양 모두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일자리 확보에 총력을 기울임과 동시에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가동하는지 점검해야 한다. (자본시장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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