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국내 유가증권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이 지속하면서 1,100원선을 뚫고 내려선 달러-원 환율에 미칠 영향에도 외환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26일 외국인 자금 유출 규모가 아직 지난 8~9월 유입에 비해 미미한 만큼 달러화의 하락세를 멈춰 세울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수출업체들이 지속적으로 네고 물량을 내놓으며 환시 수급을 주도하는 데다, 증시 외국인 이탈도 일시적인 조정일 뿐 추세적인 유출로 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들은 또 풍부해진 글로벌 유동성으로 증시로의 자본 유입이 재개될 것이란 기대가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원, 증시와 '디커플링' 뚜렷 = 10월 들어 증시와 외환시장 달러화 움직임의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이 뚜렷하다.

이달 외국인 투자자들은 전일까지 9천500억원어치 가량 국내 주식을 내다 팔았다. 이 기간 코스피도 1,990포인트 선에서 1,920포인트대까지 미끄러졌다.

하지만, 달러화는 하락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달러화는 9월말 1,111원대에 종가를 형성한 데서 전일 약 1년만에 1,100원선을 깨고 내려섰다.





<최근 코스피(붉은선) 및 달러-원 환율(검은선) 흐름>

지수 하락과 외국인 순매도라는 증시의 불안한 흐름과는 반대로 달러화는 안정적인 하락 추세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물량 미미..유출 추세 아닐 것 = 외환 딜러들은 우선 수출업체 네고 주도로 환시 달러 공급 우위 현상이 확연한 상황에서 외국인 증시 순유출 규모가 달러화의 하락 기대를 꺾어 놓을 만큼 강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지난 24일 3천억원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10월 대부분 거래일에서 2천억원 미만의 매도 움직임을 보였다.

그동안 헤지에 소극적이던 수출업체들이 달러화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경계해 서둘러 네고 물량을 내놓는 상황에서 이 정도 주식 자금 유출이 매도 우위로 돌아선 환시 수급 상황을 돌려놓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선물 변지영 연구원은 "코스피가 월간으로 보면 크게 하락하긴 했지만, 그동안 일 중 하락폭은 미미했다"면서 "하락에 관성이 붙은 환시에서 불안감을 환기시킬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외국인이 최근 순매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유출 추세로 돌아서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도 유지되고 있다.

3차 양적완화 등으로 확대된 유동성이 결국 상대적으로 탄탄한 펀더멘털을 보이는 우리나라로 유입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기대가 살아 있는 셈이다.

A 외국계은행의 한 딜러는 "최근 증시 상황은 외국인이 일부 차익실현을 하면서 차기 투자 기회를 가늠하는 상황으로 본다"면서 "신흥시장관련 펀드로의 자본 유입은 지속하고 있어 원화의 추가 강세 가능성 등에 대한 판단이 서면 활발한 유입이 재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B 시중은행의 한 딜러도 "증시 외국인 자본이 다소 유출이긴 하지만 이를 불안요인으로 받아들이는 시장 참가자들은 많지 않다"면서 "일시적 조정을 거친 이후 확대된 유동성 힘으로 코스피는 재차 상승하고 자본 유입도 재개될 것이란 기대가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일부에서는 증시와 반대되는 최근 환율 흐름이 오히려 당국의 개입 명분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C 시중은행 딜러는 "달러화의 하락이 외부에서의 급격한 자본 유입이 아니라 경상흑자 등 국내 수급 요인에 따른 것임을 보여주는 만큼 당국이 드러내놓고 원화 절상 방어에 나서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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