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근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문제로 정치 논쟁의 한복판에 섰다. 한쪽에서는 연금 사회주의를 거론하면서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기업을 길들이고 경쟁력을 약화할 수 있다고 공격한다. 다른 한쪽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주주가 본인의 목소리를 내는 합당한 절차라며 사회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양쪽의 첨예한 대립 탓에 국민의 노후 보장을 위해 애써야 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 담당자들이 외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

1조 달러를 굴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연기금에 속하는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책임투자에 나서는 동기를 크지 않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최대로 가능한 이익을 얻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이어 기업의 행위가 사회와 주변 환경에 상당한 정도의 영향을 끼친다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점이 기업의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기금의 수익률도 바꿀 수 있다는 관점도 밝히고 있다. 또 펀드의 장기 성과는 지속가능한 성장, 잘 작동하는 시장, 좋은 기업 지배구조에 달렸다고 덧붙인다.

국민연금도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책임투자에 나서는 의도와 크게 다르지 않은 기금 운용철학을 이미 가지고 있다. 기금운용 원칙을 구성하는 항목에는 수익성과 공공성이 앞에 있다. 미래세대 부담을 억제하고 기금의 장기적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한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수익성이다. 연금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인 데다 기금 적립 규모가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므로 국가 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공공성이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고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서는 근본적인 동기를 오래전부터 자체적으로 가지고 있던 셈이다. 외부에 구구절절, 일일이 설명하는 데 진을 뺄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더 적극적으로 행사할 시대적 소명도 커지고 있다. 우리 사회와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근본적으로 흔들리면서 단기적으로 개선될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어서다.

전 세계적으로 성장률의 저공비행이 지속하는 데다 소득의 양극화 문제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커진 시민의 불만은 각국 선거에서 예상 밖의 결과를 잇달아 만들었으며, 정치적 혼란과 암울한 미래에 대한 불안은 자본주의가 지속할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까지 던지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전문가들이 앞으로 할 일은 명확하다. 스튜어드십 코드 실행을 위한 제도를 가다듬고 기준을 더 명확히 하는 데 있다. 기금의 장기 성과는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환경을 만드는 것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자산운용부장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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