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우여곡절 끝에 한진그룹의 동일인(총수)에 조원태 회장이 지정됐다.

하지만 남매간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여전해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불확실성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의 상속에 대한 한진가(家) 내부의 '교통정리'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공정거래위원회 한진그룹의 동일인으로 조원태 회장을 지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앞서 한진가는 내부 합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차기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제출하지 못하면서 경영권 갈등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았다.

지난 13일 관련 서류를 제출하며 가까스로 절차를 마치긴 했지만 조원태 회장을 둘러싼 가족간 '인정'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 입장에서는 우선 내부 갈등 봉합을 토대로 아버지의 지분을 안정적으로 상속받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이 과정에 선행돼야만 KCGI 등으로부터 경영권을 지키는 것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현재 한진칼 지분의 2.34%를 보유하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현민 전 전무도 각각 2.31%와 2.30%를 보유하고 잇어 남매간 지분 차이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2대 주주인 KCGI가 고 조 전 회장의 별세 이후에도 추가 매입에 나서며 이미 한진칼 지분의 14.98%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다 보니 고 조 전 회장의 지분 승계에 대한 명확한 플랜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한진가가 KCGI의 공세에 맞서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진가가 승계에 대한 내부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할 경우 고 조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 17.84%를 법정 비율에 따라 상속된다.

배우자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가장 많은 5.94%를 상속받고,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조 전 전무 등 3남매는 각각 3.96%를 물려받게 된다.

향후 이 전 이사장의 의중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다만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한진가는 KCGI가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상황에서도 동일인 지정 등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며 "어머니인 이 전 이사장과 아들인 조 회장의 갈등의 골이 생각보다 깊어 향후 승계 과정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조 회장에게 남겨진 과제는 승계에 대한 내부 합의를 이끌어 내는 한편,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는 상속세 재원 마련 이슈를 신속히 해결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 조 회장의 퇴직금과 주식담보대출, 배당 확대 등을 활용하면 2천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상속세 이슈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던 한진그룹의 임원인사도 계속 연기되는 등 내부 갈등이 그룹의 의사결정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평가도 많다"며 "한진그룹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불확실성을 확실히 해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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