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 뉴욕의 초호화 주택 가격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미국의 주요 주가 지수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모습과 차별화되는 양상이다. 나스닥지수는 한 때 8천선을 상향돌파하는 등 미국의 주요 주가지수는 `빅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CBS 방송의 윌리엄 페일리 창업자가 지은 뉴욕 소재 주택이 1천690만 달러(약 200억 원)에 매물로 나왔다. 이 주택은 지난 2015년 4천990만 달러(약 593억 원)에 팔자 호가로 시장에 나왔다. 매수자를 찾지 못했고 결국 호가는 4년여 만에 66%나 떨어졌다.

이에 앞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이 보유한 뉴욕 소재 고급 아파트도 호가를 대폭 낮춰 시장에 나왔다. 므누신 장관은 파크 애비뉴 소재 복층 아파트 호가를 300만 달러(약 34억 원) 낮춰 2천950만 달러(약 333억 원)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성한 트럼프타워의 인기도 예전만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에서도 알토란 땅이라는 5번가에 위치한 트럼프타워 아파트의 거래 가격은 2015년 대비 30% 가까이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 5번가에 위치한 트럼프타워>



일부 전문가들은 뉴욕시 초호화주택의 가격 폭락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평균 1.92% 수준에 이르는 재산세 부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금을 부과할 때 기준이 되는 집값도 매매가의 90% 수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공시지가에 해당하는 가격이 매매가격의 90%라는 의미다. 뉴욕시에서 집을 소유하려면 한 해에 집 값의 1.72% 수준에 이르는 세금을 부담해야 되는 셈이다. 이같은 재산세 부담은뉴욕의 베드타운 역할을 하는 뉴저지로 가면 더 심각해 진다. 뉴저지는 재산세율이 무려 2.3%에 이른다. 세금부과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도 매매가격의 90% 수준이다. 단순 계산으로 5억원 가량의 주택을 소유하려면 세금만 한 해 1천만원 가량을 부담해야 한다.

주택구입을 위한 자금의 이자비용과 매매가격의 3%에 이르는 중개수수료는 별도 부담이다. 주택 소유자들은 주택 가격이 하락하지 않고 현재가를 유지해도 이미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약한 인플레이션이 그나마 주택가격의 하방 압력을 완화시켜주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미국 뉴욕 등에서 투자목적으로 섣불리 주택을 구입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부동산 구입에 따른 자본 이득(capital gain)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아서다.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방법까지 봉쇄될 경우 주택 구매가 끔찍한(terrible) 투자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자산관리 회사 크리에이티브 플래닝의 피터 말루크 대표는 많은 사람이 주택 구매를 좋은 투자라고 말하지만 사실이 아닐 수 있다고 진단했다. 주택 소유가 재산세와 유지비, 보험료 등이 불가피한 지출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그는 집값이 오를 수 있지만 지출 비용을 모두 상쇄할 수 있을 만큼 많이 오르지 않을 수 있다며 주택 대신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한 경우에 더 많은 돈을 벌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 브루클린 소재의 집을 매수한 경우 매달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원리금과 세금, 유지비 등으로 5천 달러를 지불해야 하지만 월세로는 2천500달러만 내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본보 4월19일자 '美 자산관리 전문가 "집 사는 건 끔찍한 투자법"' 기사 참조>

통계전문 웹사이트 하우머치닷넷이 최근 공개한 '전미 50개 주정부 세수입 비율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시는 전체 세수 가운데 재산세로 거둬 들이는 비중이 2017년 기준으로 30.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저지는 47.5%를 재산세로 거둬 들인다. 50개주의 세수입 평균 비율은 재산세 비율이 31.3%, 판매세 비율이 23.3%, 개인소득세 비율이 22,9%, 법인세 비율이 3.7%, 기타세금 비율이 18.9%였다.

한국은 부동산 정책이 나올 때마다 백가쟁명식 해법과 부작용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자본주의 본진인 미국의 제도를 당장 따라 하는 데는 무리가 있겠지만 우리도 보유세 현실화 방안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때가 됐다. (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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