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쿠팡이 올들어 지난달까지 벌써 6천억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지면서 올해 역시 조 단위의 손실을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점유율 확대 속에서도 투자금을 계속해 까먹으면서 쿠팡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유통업계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10일 IB(투자은행) 업계 및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쿠팡의 영업손실 규모는 약 6천억 원 정도에 달해 누적 적자 규모는 3조4천억원을 넘어섰다.

IB 업계 관계자는 "공격적인 물류 인프라 투자와 로켓서비스 확대로 매출액이 늘어난 것과 비례해 물류 및 배송 관련 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손실이 확대됐다"면서 "쿠팡 내부적으로도 올해 적자 규모가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비싼 인건비에 비용부담↑…판관비만 2조5천억

유통업계에서는 올해 쿠팡 거래액이 지난해(7조8천억원) 대비 65% 급증한 12조~13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베스트증권은 쿠팡의 연간 매출액이 지난해(4조4천228억원)보다 66.5% 증가한 7조4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선식품 당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료 서비스인 '로켓와우' 등을 통한 충성고객이 늘고, 신선식품을 새벽에 배송해 주는 '로켓프레시', 음식과 음료를 주문하면 집까지 배달해주는 '쿠팡이츠' 등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배송 건수도 급증한 영향이다.

로켓와우클럽 가입자 수는 2018년 10월 서비스 시작 후 7개월 만에 250만명을 넘어섰다. 로켓배송 출고 건수도 하루 200만건으로 CJ대한통운에 이어 국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드라마틱한 실적에도 영업손실은 지난해보다 더욱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쿠팡의 올해 영업손실이 1조3천~1조5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1조1천74억원 적자에서 3천억원 이상 확대된 것으로, 누적적자는 4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적자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판관비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2015년 11월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3천500명 수준인 쿠팡맨을 2017년까지 1만5천명으로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현재 쿠팡맨은 4천200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대신 쿠팡은 지난해 8월 폭증하는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일반인 대상 배송 아르바이트인 쿠팡플렉스로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플렉스가 비용 측면에서 더 비싸다는 점이다. 쿠팡 플렉스는 박스 한 개에 750원, 새벽에는 1천500원~최대 2천원까지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쿠팡맨은 주5일 근무 기준 월급을 일일처리 물량으로 계산하면 건당 530~680원 수준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오린아 이베스트 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배송 물량은 증가하는데 쿠팡맨이 늘지 않고 건당 비용이 더 비싼 쿠팡 플렉스를 확대하면서 비용 부담이 더 커졌다"면서 "로켓배송 비용으로만 5천500억원에 가까운 비용이 소요되는 등 올해 판관비가 지난해보다 40%가량 증가한 2조5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쿠팡식 비즈니스모델 성공할까…연말께 판가름

유통업계의 관심은 쿠팡의 투자자들이 천문학적인 영업적자를 감내하며 언제까지 추가 자금을 쏟아부을지에 쏠려있다.

쿠팡이 현재까지 기업이나 사모펀드 등으로부터 유치한 투자금액은 약 34억 달러(약 4조307억원)다.

2015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10억달러(약 1조1천300억원)를 투자받은 데 이어 지난해 손 회장이 전 세계 투자자로부터 1천억 달러의 자금을 조성해 만든 비전펀드가 단일규모로는 최대인 20억달러(약 2조2천570억원)를 수혈했다.

쿠팡이 공개하지 않은 금액까지 합하면 총 투자유치액은 4조6천~5조원이 될 것으로 IB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비공개 투자분과 지난해 말 비전 펀드로부터 20억 달러 유치한 이후 유상증자 발행 규모 등을 고려하면 아직 1조5천억~2조원이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올해 조 단위 적자를 낸다 하더라도 내년 초까지는 있는 돈으로 버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손 회장이 쿠팡의 가능성을 보고 전폭적으로 지원했지만, 추가 투자에 나설지 미지수다.

시장은 쿠팡 투자 주체가 소프트뱅크에서 비전펀드로 변경됐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보고 있다.

비전펀드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가 450억 달러를 투자한 최대출자자이며 아랍에미리트(UAE) 무바달라개발공사도 16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이밖에 미국 IT기업인 애플과 퀄컴, 미쓰비시 UFJ파이낸셜그룹과 독일 다임러 그룹 등도 출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비전펀드 기반은 오일머니"라면서 "대기업까지 공격적으로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드는 등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들 투자자가 언제까지 쿠팡의 잠재력만 믿고 자금을 대줄지 출자자들 간 입장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쿠팡이 지난해 유치한 2억3천만 달러는 2020년 나스닥 상장 목표와 함께 이뤄진 프리IPO 투자라는 점에서 풋옵션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며 "쿠팡이 아마존과 같은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수익이 날 때까지는 버텨야 하는데 새로운 수익원이 없는 상황에서 그만한 체력이 되는지는 올해가 지나면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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