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국내 1위 건설사인 현대건설이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실시한 수요예측 결과를 두고 말들이 많다.

유효수요로 인정될 만한 기관투자자 수요가 있었음에도 현대건설이 이를 모두 배제하고 전량 미달처리했기 때문이다.

26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이달 30일 5년 만기로 2천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지난 23일 발행금리를 확정하고 투자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극동건설의 부도와 법정관리 신청으로 건설사 회사채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현대건설의 수요예측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신용등급이 'AA-'로 우량한 건설사인데다 국내 건설업계에서 1위의 시장 지위를 보유한 곳이었기에 다른 결과를 보일 것이란 기대가 있어서였다.

결과는 좋지 못했다. 6개 기관에서 총 1천300억원이 참여했다. 단순 경쟁률은 0.65대1. 수치만 보면 실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두산건설, 동부건설, 한라건설 등의 수요예측에 기관들이 전혀 참여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선방에 가까웠다.

특히 희망금리밴드인 '국고채 5년물 금리+(40∼50bp)'안에 400억원(스프레드 49bp)의 수요가 들어와 전액 미달되는 참패를 모면할 수 있었다.

지난달 26일 신용등급이 같은 GS건설의 수요예측에 일부 기관이 참여했지만 희망금리밴드를 크게 벗어나 들어온 것과 비교해도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희망금리밴드 안에 들어온 400억원을 유효수요에서 배제하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금리 때문이었다. 수요예측일 전일 기준 현대건설의 개별민평 스프레드는 48bp였다. 비록 금리밴드 안에 수요가 들어왔지만 개별민평 금리 이상에서 금리를 확정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의 수요예측은 전액 미달이 났다. 1bp만 양보했더라도 전액 미달로 처리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었지만 현대건설은 1bp의 '자존심'을 택했다.

주관사 관계자는 "사실 48bp나 49bp나 큰 의미는 없었다"면서도 "최근 동일 등급 회사채의 금리가 대부분 개별민평 수준 또는 그 이하에서 결정됐기 때문에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대건설과 주관사가 협의해 결국 개별민평 수준에서 발행금리를 확정하기로 하면서 49bp에서 들어온 400억원을 유효수요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의 이러한 결정에 금리밴드 안에서 400억원의 수요를 냈던 기관투자자는 졸지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운용사의 한 회사채 투자자는 "금리 결정권은 발행사에 있지만 금리밴드 내에 참여한 수요까지 자의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지나친 배짱을 부린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주관사 관계자는 "밴드 안에 들어온 수요가 청약에 응하지 않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요예측에 참여해 유효수요로 인정된 기관이 청약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불성실 수요예측 참여자로 지정돼 제재를 받게 되는 만큼 궁색한 변명이란 지적이다.

증권사의 DCM부서 관계자는 "유효수요로 볼 수 있는 수요가 400억원에 불과했고 금리차도 크지 않아 미매각 처리돼 물량을 떠안게 되더라도 추후 매각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인수단도 발행사의 요구를 따른 것 같다"고 말했다.

청약은 오는 30일 실시된다. 이날 추가로 기관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발행액 2천억원은 전액 미매각으로 처리되고 인수단이 모두 떠안게 된다.

공동대표주관사인 우리투자증권과 KB투자증권이 600억원씩, 인수단으로 참여한 HMC투자증권이 500억원, IBK투자ㆍ하나대투ㆍ하이투자증권이 100억원씩 인수하기로 계약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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