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7회에 마무리 투수를 올릴 것인가.

무역 갈등과 경기 둔화 등의 우려가 일고 있지만, 실업률이 50여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당장 침체를 걱정할 만한 상황은 분명 아니다. 마무리 투수를 7회에 투입하는 일은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그렇지만 채권시장을 비롯한 투자자들은 연준이 올해 금리를 2~3차례 인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2년, 3년, 5년,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연준의 기준금리 하단을 뚫고 내려왔다. 무역 긴장, 지표 부진 등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시그널이 이미 들어왔다. 마무리 투수의 투입 시점을 9회까지 미뤘다가는 자칫 승리를 놓칠 수도 있다.

다음 주로 다가온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감독'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고민이 깊다.

지난 5일 파월 의장은 글로벌 무역 전쟁이 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이었지만, 앞서 파월 의장이 강한 경제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파월 피봇', '파월 풋'으로 읽혔다.

구원투수 등판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커진 셈이다. 그런데 시점이 빠른 감이 있다. CNBC는 파월 의장이 시장의 전망대로 올여름 금리를 인하할 경우 "7회에 최고의 구원투수를 등판시켜 승리를 확정 짓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야구 투수진 운용에 있어 각 선수의 보직이 틀을 갖춘 1980년대 이래로, 이른바 마무리 투수는 주로 9회에 등판해왔다. 3점 차 이내 팀이 앞서 있는 상황, 주자가 없는 상태에서 이닝을 시작해 1이닝을 깔끔하게 막아내고 세이브를 올리는 것이 보통의 야구다.

하지만 최근 이런 관행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팀의 불펜 투수 중에 최고 구위의 투수를 마무리 투수로 배정하는 것보다 이닝과 상관없이 경기 후반 가장 어려운 상황에서 투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의 논문으로도 규명됐다.

현장에서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메이저리그 야구 밀워키 구단의 조시 해더라는 선수는 팀 내 가장 강력한 구위를 가진 불펜 투수지만, 올해 등판 중 3분의 1은 세이브 상황이 아니었다. 승리를 위한 조치로 관성에 빠진 통상적인 시점보다 위험이 감지되기만 한다면 낼 수 있는 최고의 카드를 쓰는 것이 더 좋다는 말이다.

다만 연준으로서는 일종의 모험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금리를 인상했었다. 긴축에서 완화까지 기간이 너무 짧다.

숨 가쁜 연준의 변화는 파월 의장의 '단어들'에서 잘 드러난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5월 FOMC 회의 이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또 의도치 않게 눈에 띄는 가격 움직임을 촉발하는 등 시장을 돌려놓았다"며 "12월에 '오토파일럿'(auto pilot)이었다면 이번에는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단어였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작년 12월 FOMC가 끝난 뒤 보유자산 축소 프로그램에 대해 오토파일럿이라고 말해 긴축 지속 의지를 드러냈다. 오토파일럿 모드를 걸어두고 비행기를 편안하게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시장의 인식과 반대되는 것이어서 큰 충격을 줬다.

그리고 5월. 저물가 발 금리 인하론이 일던 상황에서 파월 의장은 낮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 요인"이라고 말해 금리 인하 기대에 급제동을 걸었다.

다음 주로 다가온 6월 FOMC에서 파월의 단어는 그래서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인하하지 않더라도 선제 인하 조치에 대한 힌트를 줄 수 있다.

월가는 금리 인하라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만 해도 16개 주요 투자은행(IB)은 2~4번의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바클레이즈, 도이체방크, 골드만삭스, JP모건, RBC는 4번의 인상을 내다봤다.

지금 바클레이즈는 올해 75bp의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 7월에 50bp를 한 번에 내리고 다음 9월에 25bp를 더 인하한다는 전망이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등도 금리 인상론에서 모두 물러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준을 향해 계속 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한다. 독립성이 생명인 연준에 대통령의 계속되는 압박은 오히려 금리 인하를 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대통령에 타협했다는 인식을 최대한 주지 않고 싶기 때문이다.

다음 주 회의에서 금리 인하 시그널을 준 뒤 오는 7월이나 9월에 인하를 단행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 파월 의장은 그동안 금리 인상이나 인하, 한쪽으로 쏠려 있을 때 시장과 다른 방향을 가리키며 '마이웨이'를 선택해 왔다. (곽세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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