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오진우 특파원 = 이탈리아 정치권에서 소액 채권의 발행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는 가운데, 해당 정책이 실제로 시행되면 재앙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7일 CNBC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는 이른바 '미니 보트(mini-BOT)' 발행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연립정부의 한 축인 극우 정당 '동맹'은 미니 보트 발행이 국가채무 문제 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미니 보트는 국가가 발행하는 초단기 채권을 말한다. 동맹 등은 해당 채권 구매자가 세금 납부나 공기업 재화 구매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실제 화폐와 유사한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병행 통화를 새로 발행하자는 아이디어다.

단일 통화인 유로화 사용이 이탈리아 경제를 해치는 주범이라는 인식에서 제기된 주장이다.

CNBC는 전문가들은 해당 방안이 실제 도입되면 이탈리아에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지적한다고 전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제이콥 키르케고어드 연구원은 "이는 이탈리아 경제에 재앙이 될 것"이라면서 "이탈리아 채권에 대한 신뢰가 상실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극우 정당 동맹과 오성운동 등은 지난해 총선에서도 해당 정책을 제안해 유로화 탈퇴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샀었다.

당시 동맹과 리그는 유로화 탈퇴는 없다면서 진화했다.

유니크레딧의 에릭 닐슨 경제학자는 하지만 "이탈리아 정부에 영향력이 강한 인사 등을 포함해 유로화가 이탈리아 경기 부진의 이유라고 믿는 학자들이 여전히 많다"면서 "연립정부 정당 지도자도 해당 아이디어를 완전히 폐기한 바는 없다"고 지적했다.

CNBC는 유럽중앙은행(ECB)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도 이탈리아의 미니 보트 방안을 비판했다고 전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달 초 "미니 보트는 화폐이면서 불법이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라가르드 총재도 CNBC와 인터뷰에서 "이탈리아에서 이상한 금융상품이 논의되고 있는데, 부채를 납부하기 위한 더 나은 방법들이 많다"면서 "이탈리아 국채가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는데 다른 방법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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