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리 상승이냐, 하락이냐' 국내 2위권 생명보험사인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의 순간 선택이 희비를 엇갈리게 했다.

2017년부터 미국의 금리 인상과 맞물려 보험사들은 금리 상승에 주로 베팅하는 분위기였다.

이에 매도가능증권을 만기보유증권 계정으로 재분류하면서 금리 상승에 대비했지만, 저금리 장기화가 지속하면서 보험사들은 울상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라이벌인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이 정반대 행보를 보여 관심을 받았다.

재무제표상 증권을 만기보유증권 계정으로 분류하면 장부가격과 이자만 반영되지만, 매도가능증권 계정에 쌓으면 금리 변동에 따른 평가손익이 반영된다.

이에 저금리 상황에서 매도가능증권 계정에 담으면 채권평가이익 발생으로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이 상승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반대로 금리가 오를 때는 채권을 시가로 평가하는 만큼 손실이 불가피하다.

채권 재분류가 보험사의 RBC비율 관리 방법의 하나인 것이다.

한화생명은 2014년에 16조원가량을 만기보유증권에서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한 바 있다.

금리 상승이 예상되면서 2017년 초에는 58조원에 달하는 매도가능증권 가운데 절반 이상인 약 30조원을 만기보유증권으로 재분류했다.

그러나 저금리 장기화로 이러한 선택은 고스란히 부담으로 돌아왔다.

채권 재분류를 하면 3년 제한에 걸려 2020년까지 변경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한화생명은 RBC비율을 높이기 위해 2017년 5천억원, 지난해 10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올해 1분기 말 RBC비율은 218.2%로 작년 말보다 6%포인트, 2017년 말보다 11.8%포인트 높아졌을 뿐이다.

1분기 당기순이익도 46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9.34% 급감하는 등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지난 4일 5천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추가적인 자본확충을 진행했다.

교보생명은 한화생명과 정반대의 전략을 취했다. 2017년 말 만기보유증권 29조7천억원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한 것이다.

교보생명은 2022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두고 자산과 부채 듀레이션 갭 축소에 주목했다.

IFRS17 도입으로 자산과 부채 간 만기의 불일치가 커지면 지급불능 위험도 커져 RBC비율이 급락할 수 있다.

이에 교보생명은 기존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하면서 만기가 긴 채권으로 재매입해 자산의 듀레이션을 확대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이에 2017년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이후 추가적인 자본확충 없이도 꾸준히 RBC비율이 개선되고 있다.

교보생명의 RBC는 2017년 말 295.97%, 2018년 말 311.83%에서 올해 1분기 말 322.09%로 높아졌다.

매도가능금융자산 평가이익도 2016년 3천429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약 1조5천억원으로 늘었다.

바꿔 말하면, 한화생명은 만기보유증권으로 재분류하면서 그만큼의 기회비용을 잃은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금리 상승에 대비해 만기보유증권으로 재분류한 보험사들이 있었지만, 올해는 제한이 풀린 보험사들도 이러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되레 경기침체 우려에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자산 듀레이션 확대를 위해 매도가능증권을 확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산운용부 이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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