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글로벌 중앙은행의 처지가 예전 같지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소방수였던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정치적 이슈에 발목이 잡히고 있어서다. 글로벌 주요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과 마이너스 금리도 일상이 되고 있다. 금융시장이 중앙은행의 시그널보다 정치권의 목소리에 먼저 반응한 결과다. 중앙은행이 우호적인 고용 상황 등을 바탕으로 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중앙은행이 가장 싫어하는 게 과도한 쏠림이기 때문이다.







<10년물 기준으로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한 독일 ,네덜란드,벨기에 국채수익률 곡선>



◇ 제롬 파월 백기 투항할까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의 권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독설과 기행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연준의 금리 인하를 노골적으로 재촉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먼 케인과 스티븐 무어가 연준 이사 후보로 추천된 것도 이른바 '미국판 척하면 척'을 위한 수순으로 풀이됐다. 두 후보는 자질과 전문성 논란 속에 모두 낙마했다. 트럼프는 금리 인하에 우호적인 인사를 연준 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등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부총재인 크리스토퍼 월러와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미국 상임이사인 주디 셸턴이 공석인 연준 이사 후보로 추천됐다.

백기투항을 종용받은 제롬 파월 의장이 이번 주에 어떤 카드를 꺼낼지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난주 발표된 고용 상황은 완화적 통화정책에 비우호적이었기 때문이다. 미 노동부는 6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22만4천 명(계절 조정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치 16만5천 명 증가를 큰 폭 웃돌았다. 지난 5월의 7만2천 명에 비해서도 큰 폭으로 늘었다.



◇ 라가르드는 정치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로 지명된 것도 중앙은행의 정치화를 부추긴 일대 사건이다. 라카르드 ECB 총재 지명자는 중앙은행보다 정치와 관련된 경험이 더 풍부한 정치인으로 볼 수 있어서다. 미국 로펌 출신으로 프랑스 재무 장관을 지낸 라가르드는 성추문으로 낙마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총재의 후임으로 지난 2011년부터 IMF를 이끌었다. IMF의 주요 주주국인 미국과 프랑스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당시에도 비경제학자 출신인 라가르드가 IMF를 이끄는 데 대해 정치적인 계산에 휘둘린 결과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라가르드가 이번에 ECB 총재로 지명된 것도 프랑스와 독일의 정치적 셈법이 투영된 결과다. ECB를 둘러싼 상황이 통화정책보다는 정치적 해법을 더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는 방증인 셈이다. 독일 등 ECB 주요회원국 국채 금리는 라가르드 총재 후보자 지명 이후 속속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경제보다는 정치논리에 휘둘리면서 시장의 기대가 일방적으로 형성된 결과다.



◇ 일자리 붐 현상이 중앙은행 반격 카드 될까

금리 빅랠리를 즐긴 금융시장은 이제부터라도 고용부문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선진국의 고용동향이 중앙은행에 반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어서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미국은 실업률이 3.6%로 반세기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분의2가 경제활동인구의 고용률에서 최고치를 즐기고 있다. 일본은 고용률이 77%로 6년 사이에 6% 포인트나 올랐다. 심지어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 등도 경제활동 인구의 고용이 2005년 수준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어서고 있다. 고용만 보면 통화정책 추가 완화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필립스 곡선이 제 몫을 못하고 있지만 용도폐기된 것도 아니다. 과도한 쏠림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1999년 닷컴버블과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건진 유일한 교훈이다. (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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