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데이터는 노동과 자본을 뛰어 넘는 혁신적 생산요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화(Digitalization)가 경제·사회 변화의 주된 원동력이라고 규정했다. 노동과 자본 중심의 전통적 경제가 데이터기반경제(Data-driven Economy)로 이행하고 있다는 게 OECD의 분석이다. 데이터의 획득과 저장을 바탕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4차산업 혁명의 본질을 꿰뚫은 보고서로 평가받고 있다.

OECD에 따르면 사물인터넷(IoT), 5G,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AI(인공지능), 블록체인(Blockchain) 등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기술은 상호의존성(interdependent)이 크다는 점이 특징이다. 모두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동하는상호의존적인 디지털 생태계를 이루고 있어서다. 산업혁명은 석탄과 석유 등 석화에너지가 내연기관을 가동하면서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 4차 산업혁명에서는 데이터가 석탄이나 석유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게 OECD의 진단이다. 데이터가중요한 자원 및 가치의 원천이라는 의미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내 4차 산업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도데이터 정책의 부재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이터 기반 경제로 이행하기 위한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아 4차산업 혁명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서다.









<<공정마다 제각각인 프로그램 가능 논리 제어장치(PLC :Programmable Logic Controller)의 데이터를 통합해야스마트 팩토리 혹은 스마트 시티가 제대로 구동된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스마트시티와 스마트팩토리의 핵심도 데이터다. 둘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복잡한 작동을자동화하는 공정제어가 필수요소이기 때문이다. 코딩 중심의 전산 프로그램 위주로 정책이 추진될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장과 동떨어진 전산 프로그램 중심의 스마트시티와 스마트 팩토리는 실제 산업에서 적용되는 안전 규정과 산업기계 작동 노하우가 전무하다. 코딩 위주의 전산 전공자들은 마이크로 세컨드(microsecond:백만분의 1초) 단위로 수천만건이 쏟아지는데이터 처리에 대한 노하우나 이해가 부족하다. 공정마다 제각각인 프로그램 가능 논리 제어장치(PLC :Programmable Logic Controller)의 통합에 대한 노하우를 전산 전공자들에게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PLC가 제각각이라는 의미는 공정별로 언어가 영어,독일어,프랑스어,중국어,일본어 등으로 다양화됐다는 의미다. 이를 전산 프로그램이 인식할 수 있는 동일한 언어의 데이터로 가공하는 게 스마트 공정제어의 필수 요건이다. 유비쿼터스 등 전 정권에서 호기롭게 시작한 각종 첨단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쓰레기 수준의 데이터가 투입되면서 결과물도 쓰레기로 전락했기 때문이다.<본보 2018년 12월17일자 '4차산업 혁명의 스마트..도대체 어떤 의미인가' 참조>

AI와 IoT 등도 최종 구동 단계(Front-End Service)만 강조되면서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관련 사업이 숱하게 추진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은 까닭이 여기에 있다. 구동 체계가 아무리 좋아도 가동할 수 있는 연료(데이터)를 조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OECD는 정책 역량을 데이터 기반 경제로 이행하는 데 집중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우리의 발전 대안으로 제시한 AI 인프라 구축도 데이터에 기반해야 가능해 진다. 딥러닝이 필수인 AI를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데이터 피딩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4차산업 혁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데이터의 유형에 맞는 정책수립이 시급하다.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동 등을 통한 데이터의 활용도촉진돼야 한다. OECD는 최상위 정부 부처의 지원아래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거듭 권고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4차산업 정책이 기초과학을 건너 뛰고 응용기술만 가지고 퍼스트무버가 되려는 건 아닌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 4차산업의 처음과 끝은 데이터다. (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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