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롯데·신세계·현대 등 유통 대기업들이 올 상반기 실적 감소세가 예상보다 심각해지자 기존 사업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는 등 사실상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이들 기업은 부실 점포 정리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동시에 새로운 수익원 마련을 위한 대대적인 변화에 나설 전망이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아울렛 등 유통 전 점포를 대상으로 사업성 및 수익성을 재조사 중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부터 체질 개선을 위한 점포 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인데 당초 예상보다 시장 환경이 악화하면서 구조조정 대상 점포를 재선정한다는 계획이다.

롯데 관계자는 "1년 만에 영업실적이 크게 악화한 곳도 있고 반대로 호전된 곳도 있어 다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추가 구조조정 대상 점포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기존 계획보다 다소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안양점을 시작으로 지난 5월 부평점과 인천점을 차례로 매각했다. 대구 영플라자와 롯데아울렛 의정부점은 영업을 종료한 상태다.

롯데 안팎에서는 청주영플라자와 가산·항동·마산아울렛을 포함해 10개 안팎의 점포가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 17일 신동빈 회장 주재로 열리는 올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2분기 사상 첫 적자가 예상되는 신세계그룹 이마트는 위기감이 더 크다.

정용진 부회장은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상황으로 진단하고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신성장 동력 마련을 주문했다.

정 부회장은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오고, 기회는 생각보다 늦게 온다"며 "초저가 상품 개발과 기존 점 매장 리뉴얼, 온라인 분야 신사업 등 이마트가 위기 대응책으로 추진해온 전략들을 소비자 트렌드 변화에 맞춰 한층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마트는 수익성 악화에 시달려온 헬스앤뷰티(H&B) 전문점 '부츠' 33개 점포 중 18개 점포 문을 닫기로 했으며, 이마트 매장 내 무인계산대 도입을 확대 등 사업 효율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신세계그룹은 리츠 상장을 통해 이마트 자가점포를 활용한 자산유동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렇다 보니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신세계 이마트의 무인 셀프계산대 확대로 구조조정까지 예상돼 고용불안까지 야기되고 있다"며 "노동자 고용불안을 부추기는 무인 셀프계산대 확대를 중단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올 초 리츠 상장이 무산되면서 자금 확보가 어려워진 홈플러스도 다각도로 사업 효율화를 추진 중이다.

임일순 사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보낸 손편지에서 "격한 경쟁 속에서 지속하는 매출 감소와 가파른 비용 상승으로 유통산업 내 기업들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전통 사업자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위기"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의 강점을 융합한 홈플러스스페셜 확대, 배송 경쟁력을 극대화한 모바일 사업 강화 등을 추진 중이다.

대형마트가 없는 현대백화점은 면세점 실적 개선이 급선무다.

현대백화점 면세점은 지난해 236억원 영업손실에서 2분기에는 180억 원대로 다소 줄어들겠지만, 내년까지 적자 경영이 불가피하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대내외 경영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신규사업을 추진하거나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올 하반기는 기존 사업 부문의 실적 감소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 대기업들이 사업 수익성을 재검토해 부진한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쿠팡 등 이커머스와 경쟁할 수 있는 체력을 키우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기존 오프라인 사업을 축소하면서 인력 재조정 등이 불가피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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