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국 경제의 먹구름이 한층 짙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수출이 역성장을 지속하는 가운데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전략을 추진했던 한국의 입장에서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발표된 기업실적이나 금융시장 가격들도 한국 경제의 어려움을 본격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6조6천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2분기 달성한 영업이익 14조8천700억원과 비교하면 56% 급감한 성과다. 반도체 사업의 흑자는 3조4천억원으로 지난 2016년 3분기 이후 최저치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도 6천376억원에 머물렀다. SK하이닉스는 작년 2분기에 5조5천739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일본의 소재 수출규제의 영향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반도체업종을 중심으로 생산과 수출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코스피지수도 다른 국가의 주가지수에 비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주요 국가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도, 코스피지수는 올해 들어 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국고채 금리는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 심리와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일본의 수출규제조치가 강화될 경우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칠 악영향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일본이 2일 예정된 각의에서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할지 관심이 집중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 경우 한국은 수출둔화는 물론 투자위축도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발표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수치상으로는 전분기대비 1.1%로 높아졌으나, 정작 경기에 대한 우려는 더 커졌다. 2분기 GDP 성적표에 정부의 기여도가 워낙 컸던 데다 1분기 GDP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민간영역의 성장동력이 위축된 탓이다.

무역분쟁들이 해소되고 수출도 회복되면 좋겠지만 국내외 정치환경을 고려할 때 당장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당분간 정부의 재정 역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대외환경 악화로 촉발된 불안해진 경제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선 정부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투자환경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재정을 통한 내수경기 안정화와 함께 금융시장 및 외환시장의 리스크 관리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일본의 수출규제에도 일본계 자금이 한국 금융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일반적인 평가다.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데다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도 여유자금을 운용할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일본계 저축은행의 총여신은 11조원이다. 일본계 대부업체의 대부자산은 6조7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권 전체의 18.5%와 38.5%에 달한다. 이들이 여신을 회수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혹시라도 현실화될 경우에는 업권상 그 피해가 상대적으로 경제적 약자인 서민층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외환시장에서는 수출 부진과 자본이탈 우려가 맞물려 환율이 출렁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보다 세심한 대비가 필요하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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