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지금은 우리 회사가 업계 내 2~3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5년 후, 10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위치에 있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한 초대형 투자은행(IB) 대표이사가 최근 콘래드호텔에서 임직원들 앞에서 꺼낸 이야기다. 이 자리에는 전국의 지점장부터 본사 부장, 임원 등이 모두 참석했다.

그는 "올해 상반기 우리도 최고 실적을 냈지만,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라며 "5~10년 후에도 지금과 같은 실적을 낼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신한금융투자 등 타사들이 증자에 나선 것을 언급하며 "증자를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는 기반이 되겠으나, 우리는 대주주 성향 등으로 증자를 할 만한 형편이 아니다"며 새로운 수익원을 고민해달라고 당부했다.

대표이사가 임직원들 앞에서 털어놓을 만큼 최근 초대형 IB들의 고민이 깊다.

초대형 IB들은 증자 등 자본 확충을 하고, 이를 활용한 비즈니스로 최근 2~3년간 가파르게 수익을 늘려왔다. 올해 상반기도 대부분의 대형 증권사들이 좋은 실적을 냈다.

'돈이 돈을 버는 시대'가 되면서 대형 증권사와 소형 증권사 간 실적 격차도 커졌다.

그야말로 대형사 위주로 업계가 재편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의 수익이 '모래 위에 쌓은 모래성'일 수 있다는 불안감을 토로하는 대형증권사들이 있다.

지금처럼 증권사 자기자본을 이용한 '북' 장사가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겠냐는 걱정이다. 실제 인수금융과 해외 부동산 딜 등을 공격적으로 하면서 자기자본 투자 한도가 찬 대형 증권사들이 나오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글로벌 IB들이 하던 관습이 국내에 들어올 때는 조금 변형돼 들어왔다"며 "글로벌 IB들은 6개월 이내에 셀다운 등을 통해 증권사에 포지션을 가져가지 않고, 직원들이 인센티브를 많이 가져가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직원들 성과급을 많이 가져가는 문화만 들어오고, 증권사는 북을 통해 포지션을 가져가는 구조"라며 "증자를 통해 최근 2~3년간 대형 증권사들이 수익을 냈는데, 이제 북이 많이 찼기 때문에 추가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진 분위기라 미래 먹거리 걱정을 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초대형 IB 들이 갑자기 돈이 너무 많아지면서 이걸 주체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옥석을 가리지 않고 투자를 많이 해놓은 상태"라면서 "이 중에는 부실 투자도 포함됐을 수 있어 이제는 초대형 IB들이 자본 효율성을 지켜가면서 투자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점검해봐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자본시장부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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