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산업혁명 이후 세계의 성장을 이끌었던 '자본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가 일상화되고 있어서다. 지난 9일 기준으로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마이너스 0.222%에 거래됐고 독일의 10년물 금리도 마이너스 0.5723%를 기록했다. 프랑스,덴마크,네델란드,스웨덴,벨기에 등 서구 선진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줄줄이 마이너스 영역으로 진입했다. 10년물 국채의 마이너스 금리는 10년동안 돈을 빌려줬는 데 이자는 커녕 원금에서 보관료를 공제하고 돌려주겠다는 의미다. 이제 미국채 10년물 수익률도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는 밸류 체인이 무너졌다는 의미다. 산업혁명 이후 자본은 기업 등의 미래 수익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신용(credit)을 제공했다. 그 대가가 '이자'라는 형태로 자본에 돌아갔다. 기업 등은 공여받은 신용을 바탕으로 성장을 거듭하며 현대 사회의 진보를 견인해왔다. 마이너스 금리의 일상화는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 가운데 하나인 신용창출을 통한 성장 모멘텀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의미다.

마이너스금리는 전 세계가 '일본화(Japanization)'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본화는 한 국가가 1990년대 일본이 겪었던 것처럼 낮은 경제성장, 디플레이션 등 장기 경기 침체 국면에 진입하는 것을 뜻한다.대부분 선진국들의 금리 수준은 이미 일본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고령화 등 인구구조도 일본을 빠르게 닮아가고 있다.

선진국 가운데 미국만 거의 유일하게 국채 수익률이 1%대의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 그나마 미국은 아직 자본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기업들의 현금흐름이 견조하다는 뜻이기도 하다.실제 페이스북(Facebook), 아마존(Amazon), 넷플릭스(Netflix), 구글(Google) 등을 일컫는 미국의 팡(FANG)은 4차산업혁명을 견인하며 현금흐름도 주도하고 있다. 빅랠리를 펼치고 있는 미국 증시 상승의 견인차도 이들 기업들이다. 하지만 미국도 여태까지와는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10년만에 전격 인하했기 때문이다. 아직은 견조한 양상을 보이지만 미국채 금리도 머지 않아 마이너스 영약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제기됐다.

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매크로 변수는 크게 두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우선 물가상승률이다. 대부분 선진국은 디플레이션 시대를 걱정해야할 정도로 금리 수준에 대한 물가의 영향력이 약해진지 오래다. 다음은 성장률이다. 지난 10년간 그나마 제한적인 변동성을 제공했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대부분 선진국은 성장이 멈춰버린 '노인들의 나라'로 전락하고 있다. 선진국 국채의 마이너스 금리가 일상화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은 10년물 국채수익률이 한국은행 기준금리 아래인 1.2% 안팎 수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을 유지하고 있다. 리스크 대비 수익률을 감안하면 한국 국채는 매력적인 투자대상이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한국의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선진국에 비해서는 아직 견조하다는 의미도 반영된 결과다. 실제 대형 투자은행(IB) 등 외국인 투자자들은 연합 인포맥스와 기획재정부가 공동으로 주최한 KTB국제컨퍼런스 등을 통해 한국 국채시장에서 발을 뺄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금리수준만 보면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등에도 한국이 구제금융을 받을 일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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