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서영태 기자 = 321년 전통의 런던증권거래소(LSE)가 금융정보 업체 레피니티브(Refinitiv)를 270억 달러(약 32조7천321억 원)에 인수키로 했다.

전통적인 트레이딩과 청산 업무에서 벗어나 금융 데이터로 수익원을 확장하고, 브렉시트에 따른 영향을 상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1일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LSE는 지난달 27일 글로벌 사모펀드 블랙스톤으로부터 레피니티브를 약 270억 달러(부채 포함)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블랙스톤은 레피니티브 매각으로 10개월 만에 두 배의 수익을 내게 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270억 달러 규모의 딜은 (브렉시트라는) 어둠 속의 한 줄기 빛과 같다"며 런던 시장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고 전했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지난달 29일 LSE 주가는 15% 넘게 급등하며 장을 마쳤고, 이달 22일까지 약 20% 상승했다.

레피니티브는 트레이더와 펀드매니저들이 사용하는 에이콘이라는 데이터 단말기와 일렉트론이라는 데이터 피드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원래 톰슨로이터의 데이터 제공 사업 부문이었으나 작년 블랙스톤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지분 55%를 매입한 후 레피니티브라는 회사가 탄생했다.

현재 회사 매출 가운데 5분의 3이 북미와 아시아 지역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브렉시트 여파로 "LSE가 유럽연합에서 벗어나 글로벌 영국(Global Britain)을 표방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이번 LSE의 인수에 대해 "거래소들이 데이터에 얼마나 배고파하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전했다.

다른 한 외신도 LSE가 주식과 파생상품을 넘어 통화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마켓 데이터 설계 및 유통업체로 변모하기 위한 행보라고 해석했다. 외신은 "블룸버그의 경쟁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하지 않았어도 LSE가 레피니티브를 매수했을 것이라며, 이는 LSE 사업 방향이 몇 년 전부터 기업상장에서 금융시장 데이터·분석 판매로 돌아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매체는 데이터 사업과 관련 수요가 '엄청나다'라고 전했다.

실제 다른 증권거래소들도 데이터 사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뉴욕증권거래소의 모회사 인터콘티넨털 익스체인지는 4년 전 인터렉티브 데이터를 52억 달러에 사들인 바 있다.

매체는 LSE의 레피니티브 인수가 규모와 리스크 면에서 더욱 크다고 강조했다. LSE보다 레피니티브가 더 복잡하고 덩치가 큰 거대기업이기 때문이다.

작년 LSE의 이자·세금·감가상각전이익은 14억 달러였던 반면 레피니티브는 16억 달러였고, 인력 규모도 LSE는 4천600명에 불과하지만 레피니티브는 1만8천500명에 달한다.

전문가들도 이번 거래에 대해 대체로 호평하면서도 인수가격과 자산의 질, 향후 사업 방향 등에 의문을 품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블랙스톤과 파트너들이 레피니티브를 톰슨로이터로부터 200억달러에 인수할 때 대부분 부채로 대금을 지급했다며, 이에 따라 이미 120억달러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는 LSE의 레버리지가 더욱 올라갈 것으로 분석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지난 10년간 블룸버그에 뒤처져왔고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레피니티브로부터 LSE가 얼마나 수익을 짜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 데이터 시장에서 레피니티브의 시장 점유율은 22%, 블룸버그의 점유율은 32%를 차지하고 있다.

당국 승인도 과제로 남게 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유럽과 미국의 경쟁 당국이 이번 거래를 면밀히 들여다볼 것으로 전망했다. 매체는 이미 유럽 시장 감시기관들이 업계 통합으로 발생한 금융 데이터 가격 상승을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jhmoon@yna.co.kr

ytseo@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2시간 더 빠른 14시 08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