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모두 "대화할 의사" 여지는 남겨



(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2차 전지 관련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LG화학이 2차 전지 관련 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미국에서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한 것에 맞서 SK이노베이션은 특허 침해를 이유로 LG화학을 미국에서 맞제소하면서 양측은 되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모양새다.

여기에 더해 서로의 기술력과 특허와 관련한 자존심을 건드리는 거친 설전까지 벌이면서 향후 갈등이 쉽사리 해결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30일 전기차용 배터리 등 2차전지 사업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LG화학과 LG화학의 미국 현지 법인인 LG화학 미시간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아울러 자사의 또 다른 특허를 침해한 혐의로 LG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도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LG화학의 배터리 셀을 공급받아 배터리 모듈과 팩을 생산해 특정 자동차 회사 등에 판매하고 있어 소송 대상에 포함했다는 게 SK이노베이션의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며 '아니면 말고식 소송'과는 전혀 차원이 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간 원만한 해결책을 모색하려고 했지만, 사업 차질 등의 피해가 막대해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 강경대응으로 선회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LG화학이 특허침해를 통해 부당하게 이득을 챙기고 있는 만큼 소송에서 질 경우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LG화학 등의 배터리 중 상당한 제품이 특허침해 소송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우리가 승소하면 LG화학과 LG전자는 손해 배상 등 금전적 부담이 상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지어 LG화학이 수주한 제품의 공급중단 등 배터리 사업 자체에 상당한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까지 했다.

SK이노베이션의 이러한 공세에 LG화학도 강대강으로 대응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제소에 "유감스럽다"면서도 "(SK이노베이션의) 특허 침해 행위에 대해 맞소송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SK이노베이션의 기술력과 특허 보유 규모는 자신들과 상대가 안 된다고 했다.

"본질을 제대로 인지하고 소송을 제기한 것인지 매우 의문시된다"고 언급하기까지 했다.

LG화학은 올해 3월 말 기준 자사의 특허 건수가 1만6천685건에 달하는 데 반해 SK이노베이션은 1천135건으로 14분의 1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연구개발비 규모를 비교하면서 자신들은 지난해 1조원 이상, 특히 전지 분야에서는 3천억원 이상을 투자했지만, SK이노베이션은 2천300억원만 썼다고 지적했다.

수치를 제시하면서 완곡하게 거론했지만 사실상 기술력에서 자신들과 비교해 깜이 안된다고 꼬집은 것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소송 제기에 대해 근거가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자사의 특허 침해 행위에 대해서도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2차 전지 사업을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 등의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 국내 대표적 기업들이 국내외에서 소송전으로 맞서고 서로를 폄훼하는 상황이 연출되자 비판도 적지 않다.

이러한 점을 의식한 듯 양사는 대화의 여지는 남겨뒀다.

SK이노베이션은 먼저 "지금이라도 전향적으로 대화와 협력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더 생산적이라고 판단해 대화의 문은 항상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정당한 권리 및 사업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소송을 결정했지만 양사는 협력해야 할 파트너의 의미가 더 크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LG화학도 SK이노베이션이 사과를 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대화를 할 의사는 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그동안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공식적이고 직접적인 대화 제의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경쟁사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한편 이에 따른 보상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할 의사가 있다면 언제든지 대화에 응할 것"이라고 했다.

m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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