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태문영 기자 =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 선호심리가 개선되면서 주요 아시아 통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원화는 달러에 대해 1년 만에 1,100원 선을 뚫고 올라갔고, 중국 위안화 가치는 2영업일 연속으로 18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앞서 홍콩 당국은 홍콩달러 강세를 억제하고자 3년 만에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주요 아시아 통화가 강세를 나타낸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3차 양적 완화(QE3)로 위험 선호심리가 개선되면서 아시아 등 신흥 시장으로 투자금이 유입된 데 있다.

더불어 중국의 위안화 절상은 미국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중국 환율 정책에 쏟아질 미국의 정치적 압력을 피하려는 제스처라는 분석도 있다.

▲ 亞 통화 얼마나 올랐나 = 26일 중국 위안화 가치는 지난 1994년 중국에 현대적 통화 거래 체계가 정립된 이후 가장 높이 올랐다.

이날 오전 중국 외환시장 개장 직후 달러-위안은 6.2380위안에 거래됐다.

이는 중국 인민은행이 정한 달러-위안 기준 환율인 6.3010위안보다 1% 낮은 수준으로, 위안화가 환율 변동폭 상한선까지 상승했다는 의미다.

인민은행은 달러-위안이 기준환율 대비 ±1% 움직이는 것을 허용한다. 따라서 이날 달러-위안 환율은 6.2380위안~6.3640위안 사이에서 움직일 수 있다.

중국으로 투자금이 유입되면서 미국 달러화 매도 압력이 지속됐다.

상하이 소재의 한 중국계 은행 트레이더는 "수요가 억눌려 있었다"며 "어제 달러화를 팔지 못한 시장참가자들이 개장하자마자 일제히 쏟아져나왔다"고 설명했다.

다른 트레이더는 "앞으로 며칠간은 인민은행의 기준환율에 모든 일이 달렸다"며 "기준환율이 높게 고시되면 위안화도 하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레이더들은 다음 주에도 위안화 상승세가 지속해 일일 환율 변동폭 상한에 다시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달러-위안의 다음 저항선은 6.2200위안으로 제시됐다.

중국 본토 내에서의 거래가 자유롭지 않아 투자자들은 홍콩 시장에서 거래되는 역외 위안화(CNH)를 사들였고, 이에 따라 역외 위안화 가치도 역내 통화 가치보다 높은 수준에 거래됐다.

이날 오후 2시 30분 현재 역외 위안화는 1달러당 6.2352달러에 거래됐다.

앞서 홍콩 외환 당국은 홍콩달러 강세를 억제하고자 3영업일 간 4차례나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홍콩 중앙은행 격인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지난 23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총 세 차례 개입을 단행해 총 96억8천800만홍콩달러(약 1조4천억원)를 풀고 미국 달러화를 사들였다.

HKMA는 19일에는 2009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외환시장에 개입, 46억7천만홍콩달러를 푼 바 있다.

이는 홍콩달러 강세를 막아 달러화 대비 홍콩달러 환율을 7.75~7.85 사이의 밴드에서 유지하려는 조치다.

홍콩으로 해외 자본이 유입되면서 홍콩달러 가치가 상승했고, 이에 환율이 밴드 상단에 도달하자 당국이 개입에 나선 것이다.

▲ 美 QE3으로 亞에 몰려드는 투자금 =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QE3을 발표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 회원국 국채를 매입하겠다고 약속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 선호심리가 개선됐다.

이에 투자금이 신흥 시장, 특히 아시아로 몰려들었고 통화 가치를 끌어올렸다.

이는 개입 후 HKMA 대변인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변인은 지난 19일 "미국과 유럽 자본이 아시아 시장으로 흘러들어오면서 환율 시장이 영향을 받고 있다"며 최근 홍콩달러에 대한 수요가 강하다고 진단했다.

중국에서는 경제지표가 개선되면서 중국 경기 둔화가 바닥을 쳤다는 낙관론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이는 위안화 상승 재료다.

여기에 미국의 정치적 압력까지 가세해 위안화를 밀어올리고 있다.

다음 달 미국 대통령선거와 더불어 미중 경제전략대화를 앞두고 중국 환율정책에 대한 정치적 압력이 커지면서 위안화 절상 속도는 빨라졌다.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의 장밍(張明) 국제금융실 부주임은 얼마 전 보고서에서 최근 위안화가 달러화에 상승한 배경에 미국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미국과 중국 간 정치적 긴장이 고조하는 등 다양한 이유가 있다고 진단했다.

장 부주임은 "현재 상황에서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절상은 미 대선 기간에 위안화가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가 다시 증가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차 양적 완화(QE3)를 발표하는 등의 경제적 요인도 위안화 절상을 유도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중국의 환율 조작 이슈는 쟁점으로 떠올랐다.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는 지난 22일 열린 3차 토론회를 비롯해 수차례에 걸쳐 자신이 당선되면 취임 첫날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역시 "재임 기간에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11%나 높아졌는데, 이것은 내가 중국에 큰 압력을 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my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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