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삼성운용 경영진단 후 내부 검토 착수

금융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비난 무마책인 듯



(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삼성생명이 삼성자산운용에 맡긴 일임자산을 대폭 줄이거나 직접 운용하는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2002년부터 국내 채권과 주식에 투자하는 보험자산을 직접 운용하지 않고 계열운용사인 삼성운용 등에 일임계약 방식으로 맡겨왔다. 올해 삼성운용과 맺은 일임계약 규모만 81조8천억원에 달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최근 삼성자산운용에 대한 경영진단 감사를 실시하고 삼성생명 보험자산 운용 실태와 성과 등을 집중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 이후에는 삼성생명이 보험자산을 직접 운용하는 것을 포함해 삼성운용의 일임방식에 변화를 주는 방안이 그룹 내부에서 구체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삼성운용의 보험계열 일임자산 규모를 지금보다 대폭 줄이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이 직접 삼성운용의 보험자산 일임을 통제하려는 것은 재벌들의 금융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비난 여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어 금융당국의 규제 움직임도 구체화하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금융위 출입기자단 워크숍에서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금융 계열사 간 거래에 대한 직접비율 규제, 시장 구조 개편 등을 포함해 다각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이 올해 삼성운용과 체결한 일임계약 액수는 81조8천억원이다. 삼성화재도 매년 7~8조원을 맡기고 있다. 삼성운용의 수탁고가 120조원 수준 임을 고려하면 거의 70%가 결국은 계열사 몰아주기의 결과라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삼성생명이 일임자산을 회수해 직접 운용하면 삼성운용의 타격은 불가피한 구조다. 외형과 수익성 모두 나빠질 수 있다. 운용인력도 대거 삼성생명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02년 보험자산 운용을 일임 방식으로 전환할 때도 삼성생명 소속 운용역과 지원 인력 30여명이 삼성운용으로 이동한 바 있다.

삼성그룹 소식에 정통한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생명 내부에서도 보험자산 운용을 직접 할 수 있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다"며 "하지만 일시 회수는 삼성운용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룹 차원에서 속도 조절을 하면서 진행해 나갈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일임자산을 회수할 것이란 얘기는 전혀 들은 바가 없다"며 "국외에서도 계열 운용사가 보험자산을 맡아서 운용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점에서 쉽게 바뀔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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