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미국 단기자금 시장에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금리가 급등한 데는 여러 기술적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마켓워치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레포 금리 급등에 앞서 신용시장의 혼란이나 불안 요인을 야기할 직접적 이벤트는 없었다.

오히려 금융위기 이후 통화정책 및 규제상의 변화 등으로 단기자금 시장에 압박이 늘어난 상황에서 여러 기술적 요인이 맞물려 금리 급등이 야기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연은은 레포 시장에 개입하지 않아 왔다. 연준의 대차대조표가 4조5천억달러까지 늘어나면서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연준은 이를 3조8천억달러까지 줄였고, 이 과정에서 은행의 지급준비금도 2조8천억달러에서 1조5천억달러를 밑도는 수준으로 축소됐다.

지난달 연준은 대차대조표 축소를 중단한다고 발표했으나, 연준의 유통 통화나 재무부 연준 예치계정(TGA) 등 연준의 다른 채무로 인해 은행 지준은 앞으로 수주, 혹은 수개월간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미국이 재정적자를 확대하면서 재무부가 단기 채권 발행을 늘리고 있는 점이 금리 급등에 압박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재무부는 정치권이 지난 7월 재정적자 한도 확대에 합의함에 따라 고갈된 재무부 현금 잔고를 확대하기 위해 단기 채권발행을 확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재무부는 확보한 현금을 재무부 연준 예치계정(TGA)에 예치한다.

재무부의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채권 딜러들은 자신들의 대차대조표에 이전보다 더 많은 채권을 보유하게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9월 법인세 납부 시한이 16일이었던 점이 금리 급등을 촉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인세 납부를 위해 투자자들이 단기자금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빼 유동성 고갈을 야기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같은 날 몇 건의 국채 입찰이 이뤄진 점도 유동성을 고갈시켰을 것으로 추정된다.

라이트선 아이캡의 로우 크랜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자금 결제가 시스템 내 유동성을 흡수했으며 대기 자금을 사라지게 했다"고 설명했다.

또 금융위기 이후 규제 강화로 단기자금 시장이 전보다 덜 민첩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크랜달은 "시장이 (전만큼) 일시적 자금 흐름에 효율적이며, 유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 연은에서 시장 운영을 담당해온 사이먼 포터가 사임한 것도 일부에서는 문제로 지적했다.

1998년부터 뉴욕 연은에 몸담아온 포터는 올해 6월 현직에서 물러났다. 포터는 뉴욕 연은의 트레이딩 데스크를 운용하는 시장 그룹을 지휘한 인물이다.

포터의 사임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다음날 홍콩에서 연설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사임이 발표되면서 일각에서는 뉴욕 연은 총재와의 불화설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마빈 로 선임 시장 전략가는 마켓워치에 "포터의 사임은 이러한 일을 예측하고, 해법을 실행하는 연준의 능력을 훼손시켰다"며 "그의 사임이 연준 전체적으로 타격(blow)이다."라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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