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대로는 안된다.' 자본주의의 본령인 영국의 경제 신문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주 'THE NEW AGENDA'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내세운 핵심 메시지다. FT는 지난주 특집 기사를 통한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자본주의를 리셋(reset:재정립·사진)해야 할 때라고 목청을 돋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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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가치 사슬이 작동하지 않는다

4차산업 혁명이 본격화되면서 자본주의 진영을 중심을 새로운 대안모색이 본격화되고 있다. 고용증대를 통한 부의 재분배와낙수효과 등 자본주의의 밸류체인이 21세기 들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어서다,

FT의 명칼럼니스트 마틴 울프(Martin Wolf)는 'Saving capltalism from rentiers(불로소득자로부터 자본주의 구출하기)'라는 장문의 칼럼을 통해 지대자본주의 탓에 (자본주의) 시민들이 실패하고 있다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마틴 울프는 약화된 경쟁,미약한 생산성 향상,심화된 불평등,민주주의 후퇴 등을 실패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역동적인 자본주의 경제는 모두에게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는 신념을 제공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FT가 1980년대부터 시작돼 반세기동안 맹위를 떨쳐온 신자유주의의 종언을 고한 셈이다. 신자유주의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던 FT의 놀라운 변신이다.

◇자본을 위한 경제 운영만 200년…이제 달라져야

유럽과 미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의 태동기는 1760년부터 1820년이라는 게 경제학자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대부분 경제학자들은 경제시스템의 획기적인 변화를 추동한 자본의 축적이 본격화된 시기는 1820년부터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노동생산성이 이전에 비해 2~3배 이상 급증했고 잉여생산이 자본가에 귀속되면서 자본의 축적이 급속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생산과 소비가 분리되고 공장이 밀집한 산업지구가 발달하면서특정 지역과 특정 국가(서구 선진국)만 부유해지는 결과도 낳았다.

내년이면 경제체제로서 자본주의가 자본을 본격 축적한지 200년 남짓 된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기존의 가치가 하루 아침에 전도되는 게 다반사다. 인간이 유전자 변형 등을 통해 신의 영역에 도전할 지경이다. 200년이나 된 자본주의 작동 방식에 대한 기본적 성찰이 이어지는 게 너무 늦은 감이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자본주의 본령은 리셋 움직임 본격화…우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부 지성인들을 중심으로 '자본'이 아니라 다시 '사람'을 봐야 한다는 촉구는 계속됐다. 로렌스 서머스 (Lawrence Summers) 전 하버드대학교 총장이 이끄는 포용적 번영위원회(Commission on Inclusive Prosperity)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재무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던 서머스는 "1950년 이후 대부분 선진 산업국가의 경우 생산성과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꾸준히 증가했지만, 상위 10%를 제외한 서민과 중산층 소득이 더 이상 늘지 않고 있다"면서 "경제가 성장하면 그 과실이 전 계층에 골고루 나누어질 것이라는 낙수효과(trickle-down)가 최근 경제지표로 보면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마틴 울프도 (자본주의의) 허점들을 메워야 한다(closing theloopholes)고강조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를 바로 잡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특히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의)정치와 경제 체계가바뀌지 않으면 (자본주의는) 소멸될 것이라는 게 그의 경고다.

우리도 자본주의의 본령인 영국과 미국 지성인들의 문제의식에서 시사점을 얻어야 할 때가 됐다. 철 지난 사회주의 논쟁을 떠나 더 늦기 전에 생산적이고 사람이 중심되는 자본주의를 재정립해야 한다. "영속하기 위해서는 개혁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때다."FT 편집장인 라이어널 바버(Lionel Barber)가 역사학자이자 정치가인 토마스 바빙턴(ThomasBabington)의 말을 빌려 우리에게 남긴 당부다. 그의 당부는 성장동력 약화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에게도 유효할 듯 하다. (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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