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지난번 들은 이야기가 잘 됐는지 아닌지 반성하는 의미에서 같은 회사를 다시 왔습니다."

지난 14일 부산 소재 조선기자재업체 '파나시아'를 찾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말이다. 파나시아는 지난 1989년 10월 설립된 조선기자재업체다. 파나시아는 금융위원회와 인연이 깊다. 은성수 위원장의 방문이 지난해 6월 전임 최종구 위원장에 이어 두 번째 방문인 데다 지난해 12월에는 부산·경남지역 조선업 현장간담회에도 참석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열린 현장간담회에서 이수태 파나시아 대표의 발언은 눈길을 끌었다. 당시 이 대표는 시중은행으로부터 받기로 했던 자금 지원이 최종 결렬된 사례를 언급하면서, 시중은행의 소극적인 태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정부에서 아무리 약속을 해도 시중은행은 여전히 조선, 자동차, 철강 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여신 규제를 풀지 않고 있다"며 "일괄적으로 정부 정책을 펼치기에 한계가 있다 하더라도 시중은행의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워 정책금융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로부터 10개월이 흐른 지금, 다행히 이런 '솔직 화법'은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은행에서 신용을 기반으로 700만달러(약 80억원)를 지원받은 것.

해당 은행 본점 여신심사 담당 부서는 간담회에서 이 대표의 발언이 있고 난 후 파나시아를 찾았지만, 지원에는 실패했다. 당시 파나시아 재무제표가 '적자'를 보이는 탓에 여신심사시스템상 지원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를 전해 들은 해당 은행의 현지 지점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700만달러의 지원이 가능해졌다. 그뿐 아니라 파나시아는 지난해 6월 전임 금융위원장의 현장 방문 이후 6천만달러(약 700억원)의 외화지급보증을 받는 데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10월 또 다른 시중은행으로부터 3천만달러(약 350억원)의 외화지급보증을 받았기 때문이다. 또 한국무역보험공사의 친환경 설비보증을 통해서도 3천만달러의 외화지급보증도 받았다. 당시 현장간담회에서 제기됐던 사안이다.

참석자들은 국내 선사들이 강화된 국제 환경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친환경 선박 설비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 나가기 위해 친환경 선박 설치에 대한 자금 지원을 요청했던 바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중소조선사 및 기자재업체 금융지원 프로그램 산하에 무역보험공사를 통한 친환경 설비 보증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장관 방문 등 금융당국의 '현장 스킨십'이 늘면서 실제 금융 지원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간담회에 참석한 업체 관계자는 "저번에도 이야기했던 친환경 설비 보증 부분이 신설됐다. 여기서 아무리 은행을 설득하려고 해도 안 되는 부분이 간담회를 통해서 풀린 셈"이라며 "다만 정책금융기관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시중은행 관계자도 간담회에 많이 참석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은 위원장은 간담회가 끝난 뒤 "결국은 은행과 기업 간에 소통의 간극을 어떻게 좁히냐의 문제"라고 평가했다. 취임사에서부터 시장 구성원의 목소리에 대한 '경청'을 강조했던 행보가 또 다른 기업의 숨통을 틔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yw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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