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 우려에 동의 어려워…수출부진은 대외여건 탓

내년 예산도 조기집행…日수출규제는 G20 합의문과 배치







(뉴욕=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설명회(IR)에서 나온 해외투자자의 첫 질문은 '디플레이션 가능성'이었다.

이번 IR 사회자이자 무디스 아시아국가 신용담당 수석부사장 출신인 톰 번(Tom byrne)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은 "최근 한국의 소비자물가가 하락하고 있다. 그 원인은 무엇인지, 이 현상이 디스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의 시작이라고 보는지"라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물었다.

이에 대한 홍남기 부총리 대답은 한마디로 "디플레이션이 아니다"였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0.4%의 하락률을 기록한 데 대해 공급측의 요인으로 돌렸다. 지난해보다 올해 농산물과 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정부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서 경계하지만, 디플레이션 또는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플레이션은 장기간 걸쳐서 전(全) 품목이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현상"이라며 "한국은 조사한 품목의 20~30%만 물가가 하락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농산물과 유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를 기록하고 있고, 기대 인플레이션도 1.8~2.0%인 상황이다"며 "디플레이션은 경기침체나 자산가격 하락이 동반되는데, 한국경제는 제한적이어서 디플레이션 지적은 적절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홍 부총리는 올해 소비자물가가 0% 중반, 내년에는 1% 초반 정도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으로 이어진 질문은 '수출'과 관련된 것이었다. 한국의 수출이 지난해 12월부터 10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데 따른 투자자의 우려로 분석된다.

홍 부총리는 한국의 수출 부진에 대해 2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먼저 수출에서 21%를 차지하는 반도체 단가가 작년보다 30% 이상 떨어진 것을 이유로 들었다. 그런데도 수출물량이 마이너스가 아닌 만큼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홍 부총리는 "가트너(시장 조사업체)에 따르면 내년 초 반도체 업황이 업-턴 전환되면서 반도체 가격이 회복된다면 반도체 수출 문제가 조속하게 회복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두 번째는 중국에 대한 수출 문제를 꼽았다.

그는 "중국에 대한 수출은 총수출의 27%를 차지한다"며 "중국이 올해 글로벌 여건과 경제 사정으로 수입이 줄었고, 미ㆍ중 무역갈등도 대중 수출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모두 한국이 통제하기 어려운 대외적인 요인인 만큼 이들 환경에 대한 개선에 달렸다는 게 홍 부총리의 생각이다.

홍 부총리는 "미국과 중국은 한국 수출의 40%를 차지한다"며 "미중 무역갈등이 조속하게 타결되는 것이 한국의 수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소식일 것"이라며 "최근 그와 같은 뉴스가 있어서 해결을 기대하고 있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이와 관계없이 정부는 수출을 늘리기 위한 대책에 집중하고 있다고도 했다.

홍 부총리는 "올해 들어 5번의 수출촉진대책을 마련했고, 이를 통해 수출이 다변화가 촉진될 수 있도록 무역금융을 대폭 확대하는 등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모든 걸 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부당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홍 부총리는 일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내용을 언급하며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배제하고 자유무역질서가 확산하는 것, 비차별적 무역 조치가 이뤄진다는 거에 대해서 대부분 회원국이 공감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에 대해 G20 정상선언문에서 비차별적 무역조치를 해야 한다는 선언문과 배치되는 게 아닌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토로했다.

최근처럼 대외환경이 어려운 시점에서는 정부의 재정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피력했다. 우리 정부는 올해의 경우에는 전년 대비 9.5%, 내년은 9.3% 늘어난 '슈퍼예산'을 마련한 바 있다.

홍 부총리는 "예산은 내년 초에 조기 집행할 것"이라며 "글로벌 경제가 어려워지면 민간의 투자 여력이 줄면서 재정이 선제적으로 그와 같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늘어난 재정의 핵심 키워드는 '투자'라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소비와 투자를 구분해서 말한다면 산업 경쟁력 강화, 미래대비 투자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비중을 많이 뒀다고 볼 수 있다"면서 "투자에 비중을 둬서 재원이 배분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세부적으로는 산업 분야 재정지원이 올해보다 27%, 연구개발(R&D) 17%, SOC 13% 늘었다는 점을 부연했다.

그는 통화정책 관련해서는 우회적으로 '정책 공조'가 되고 있다는 점을 알렸다.

홍 부총리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에서는 재정 집행과 통화정책의 폴리시믹스(Policy Mixㆍ정책 공조)가 바람직하다고 한다"면서 "한국도 7월 금리를 0.25%포인트 낮춘 후 어제(16일, 한국시간) 다시 0.25%포인트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최저임금 상승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홍 부총리는 "최저임금 상승,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의 정책 도입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방향은 우리가 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 정부로서는 시장에 부담이 갔던 정책에 대해서는 세밀하고 촘촘하게 보완작업을 해나가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기업과 시장 흡수능력을 고려하면서 가야 하는 보완작업이 강조될 것"이라고 했다.

국내 기관의 스튜어드십 코드 확산이 기업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경영간섭은 생각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홍 부총리는 "국민연금 말고도 한국 110개 기관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서 적용하는 걸로 안다"면서 "(스튜어드십 도입 확대가) 자본시장 투명성 제고라든지 지속 성장을 위한 가치에 큰 기여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지막으로 북한과의 경제협력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은 대북제재 조치 때문에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도 "남북 경협이 본격화할 경우를 대비해서 기재부에서는 물 밑에서 지속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남북 경협이 본격화하면 이는 동북아 경협까지 확대할 수 있는 사안이어서 굉장히 폭발력 있는 사안"이라며 "한국경제에 굉장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요인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위해) 북미 대화 진전, 비핵화를 위한 대화 진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생각을 털어놨다.

홍 부총리가 주재한 이번 IR에는 제임스 퀴글리 BOA메릴린치 부회장, 쇼어드 리나트 JP모건 기업금융 글로벌 헤드, 조너선 그레이 블랙스톤 최고운영책임자(COO), 존 스터진스키 핌코 부회장, 마이클 쿠쉬마 모간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 등 거물급이 총출동했다. 이를 포함해 참석자는 100여명에 달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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