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당국이 추진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이 금융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끈 가운데 정책추진과정에서 형평성 논란과 예상하지 못했던 부작용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는 기존 변동금리나 준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자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고, 고정금리 대출 비중 확대를 통한 가계부채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내놓았다. 지난 9월 실시된 접수에는 무려 63만4천875건에, 금액으로는 74조원가량이 몰렸다. 당초 금융위가 공급하기로 약속한 금액인 20조원을 3.5배나 넘는 수준이다. 해당 상품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일부 형평성 논란은 희석됐다. 신청조건인 주택가격 9억원 이하, 부부합산 소득 연 8천500만원 이하 등의 요건이 이른바 '서민형'을 충족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제기됐으나, 신청자가 몰리면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신청자들의 집값 상한도 2억원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형평성 논란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정부가 사실상 세금으로 주택보유자에게만 혜택을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냐는 불만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나아가 무주택자나 전세대출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여전하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의 인기로 당국의 엉터리 수요 예측이나, 집행기관인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업무 가중도 도마 위에 올랐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접수했다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당수 신청자에게는 희망고문을 할 수밖에 없는 데다, 수십만건이 넘는 접수건을 일일이 심사해야 하는 주택금융공사의 업무 부담도 불가피하다. 더욱이 신청건 중에는 표준화된 아파트만 있는 게 아닌 데다 일일이 공시가격과 소득요건 등 구비서류를 확인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한 실정이라고 한다.

이런 부작용은 정부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내놓으면서 글로벌 저금리와 맞물려 소비자들이 금리에 얼마나 민감한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탓이다. 이렇다 보니 가계부채 구조개선과 같은 선의에 대한 평가는 사라지고, 정부가 공공기관을 활용해 일부 주택보유자들의 대출금리 낮춰주기에 급급했다는 논란만 불거졌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선수가 아니라 심판으로서, 보다 많은 금융소비자가 낮아진 금리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금융정책을 폈다면 불필요한 논란을 낳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글로벌 저금리 현상이 확산되면서 국내에서도 시장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마당에 굳이 정부가 국민의 세금이 투입된 공공기관을 활용하면서까지 일부에만 저금리 혜택을 줬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그동안 금융위도 가계의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해 새로운 코픽스를 도입하는 등 적지 않은 공을 들였다. 이런 혜택이 신규 대출자뿐 아니라 모든 소비자에게 골고루 제공되도록 하기 위해선 기존 고금리 대출을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대환대출 활성화와 같은 금융정책도 병행돼야 한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처럼 금융당국이 직접 나설 게 아니라 과거에 고금리로 빌렸던 대출을 갚고 금융권에서 대출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대출상품이 고정금리나 변동금리냐에 상관없이 낮아진 현재의 대출금리로 편하게 갈아탈 수 있도록 대환대출의 절차를 간소화하고 기존 대출상품의 중도상환 수수료도 최소화해야 한다. 금융회사가 대출금리를 놓고 경쟁하도록 유도하고, 그 혜택이 모든 소비자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이 경우 정부의 개입이나 형평성 논란 없어도 저신용자는 물론 기존 대출자도 모두 이자를 줄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일부 소외계층에 대해서는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지만, 개입을 최소화하고 관련 시장을 조성함으로써 모든 소비자가 효용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금융혁신이 절실하다. (정책금융부장 황병극)

eco@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0시 22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