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강수지 기자 = 역외 달러-위안(CNH) 환율이 석 달여 만에 7위안을 하회했지만, 달러-원에 주는 의미는 석 달 전과 전혀 달랐다.

서울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7일 달러-위안이 위안화 약세의 상징과도 같았던 '포치(破七)'를 하향 이탈했지만, 포치를 뚫고 올라가던 8월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은 속도 면에서나 선반영 면에서나 달러-원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전했다.

지난 5일 역외 달러-위안 환율은 6.98위안대로 장을 마감하며 3개월 만에 달러당 7위안 아래로 내려왔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지속되던 8월에는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을 넘어서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안전자산 선호 분위기가 심화했다.

당시 달러-원도 심리적 저항이 컸던 1,200원대 레벨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달러-위안의 7위안 상향 돌파는 달러-원에도 커다란 상승 동력으로 작용했다.

다만,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위안화가 포치를 상향 돌파하던 8월과 하향 돌파한 현재 상황이 조금 다르다고 진단했다.

속도나 레벨 면에서 예전처럼 위안화를 적극적으로 따라 움직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A 은행의 외환 딜러는 "8월에는 위안화가 7위안을 넘으면서 달러-원도 1,200원을 넘었다"며 "당시 위안화 상승 속도는 6.8위안 대에서 7.1위안 대로 급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위안화가 7위안을 하향 돌파하면 이를 기점으로 6.9위안, 더 아래까지도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며 "위안화가 7위안 밑으로 내려와도 옵션 등이 있어 물량이 쏟아지는 상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최근 미중 무역 협상 진전으로 위험 통화의 상대적인 강세가 이어질 때 달러-위안 하락보다 달러-원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 8월 달러-위안이 7위안을 돌파할 당시 달러-원은 1,200원대였지만, 달러-위안이 다시 7위안 아래로 내려왔을 때 달러-원 레벨은 1,200원에 훨씬 못 미치는 1,150원대 후반이었다.

달러-위안이 올랐다 내린 데 비해 달러-원 등락 폭이 훨씬 컸다는 의미다.

A 딜러는 "달러-원이 이미 위험 선호 분위기를 반영했기 때문에, 달러-위안의 7위안 터치와 달러-원 하락 속도는 연관성이 없다"며 "방향은 위안화에 연동할 수 있지만, 속도는 위안화와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B 은행의 외환 딜러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서울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영향이 가장 컸다"면서도 "그러나 미중 협상 낙관론에 달러-원이 더 빠른 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위안화 민감도가 떨어진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8월에 위안화가 달러당 7위안을 뚫을 때의 달러-원 레벨과 현재의 레벨은 45원 이상 차이가 난다"며 "달러-위안 하락만 보고 숏 포지션을 잡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s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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