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금융은 절도와 규율이 있어야 한다. 금융은 서로를 믿는 신용을 바탕으로 거래되기 때문이다. 금융상품을 팔고 사는 회사는 금융기관이라고 한다. 그만큼 공적 기능이 강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런 금융기관이 최근 잇따라 파열음을 내고 있다. 이윤에 눈이 멀어 고객과의 신뢰를 저버린 탓이다.

최근 국내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는 DLS사태와 라임자산운용의 환매연기가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하지만 금융기관의 더 큰 모럴헤저드는 과도한 수수료에 있다. 기준금리 1%대 시대에 수수료를 300bp(3%)나 받은 판매 금융회사는 고객에 대한 서비스 대신 무능력과 탐욕만 드러냈다.





금융시장 참가자 등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헤리티지DLS(사진참조)는 판매수수료만 300bp에 이른다. 독일의 '기념물 보존 등재 건물' 등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상품은 최근 만기가 또 한차례 연장됐다. 왜 연기됐는지에 대한 판매사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아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신한금융투자가 판매한 상품이 블라인드펀드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품의 성격상 수수료 체계가 엄청 복잡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블라인드펀드의 속성상 ▲재구조화하는 과정에서 수수료 ▲해당 금융상품을 소개한 해외 브로커사가 가져가는 수수료 ▲자산운용사와 시행사의 수수료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판매수수료만 300bp인점을 감안하면 해당 상품의 각종 수수료가 최소 1000bp를 넘어갈 수도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해당 상품의 판매수수료는 2년간 260bp 수준이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투자는 블라인드펀드의 특성상 판매수수료 이외의수수료 체계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kb증권이 판매한 호주부동산펀드도 수수료 체계가 비슷하다. 해당 상품은 호주정부의 장애인주택임대사업과 관련해 진행하는 사업에 투자하는 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펀드다. 해당 상품의 문제점은 금융기관이 스스로 파악한 게 아니다. 투자자가 호주 현지에서 투자가 허위라는 점을 파악하고 kb증권 등에 제보한 뒤에야 전모가 밝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kb증권은 사모형태로 판매된 해당상품의 판매수수료는 150bp 수준이며 투자에 문제가 있다는 것도 kb가 투자자와 동시에 인지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kb증권은 해당 투자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지해 투자를 회수했고 현재 원금의 85% 수준을 보전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투자자들에게 큰 손해를 끼친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도 금융회사들이 막대한 수수료를 챙긴 사례로 손꼽힌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독일 국채 금리 연계형 DLF 설계 및 판매와 관련된 금융회사들의 수수료는 총 493bp에 달했다. 은행이 DLF를 판매하며 투자자에게 제시한 약정 수익률인 2.02%(6개월 기준)의 2.5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DLF 상품 설계와 헤지 부담을 안은 외국계 투자은행(IB)이 343bp의 헤지수수료를 챙겼고 은행(100bp), 증권사(39bp), 자산운용사(0.11bp) 등이 고객 돈에서 수수료를 떼갔다.

고객이 판매사에 엄청난 규모의 판매수수료를 내는 이유는 일종의 대리인 계약이다.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고객을 대신해서 금융기관이 위험요인 등을 미리 파악하라는 일종의 위임수수료다. 금융기관 위험요인을 검증하지 못하면 해당 상품도 팔지 말아야 한다.

펀드의 경우 운용하는 주체의 트랙레코드(Track-Record,기록)가 중요하다. 검증된 실적이 쌓여야 있어야 시장이 신뢰할 수 있어서다. 트랙레코드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운용체계를 갖춰도 자금을 유치할 수 없다. 바꿔 말해서 그런 금융회사에는 자금을 집행해서도 안된다.

300bp나 되는 수수료를 챙긴 판매 금융기관은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저버렸다. 모럴헤저드다. 당국은 해당 상품을 판매한 회사 등이 블라인드펀드인지 사전에 인지하고도 자금을 집행했는지 여부 등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규정 위반이 밝히지면 해당 금융기관장을 비롯해 관련자를 엄벌해야 한다. 그래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봉' 취급받는 일을 다시 겪지 않는다. (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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