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권용욱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주택저당채권의 매입 속도를 키우고 있다. 전반적인 포트폴리오 감축을 계획한 연준이지만, 질서 있는 감축을 위해 기존의 MBS 스탠스가 변경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연준은 지난 5월말 이후 총 300억달러 가까이 MBS를 매입한 가운데 지난주에만 18억달러를 사들였다.

◇ 연준, MBS 보유를 줄이는가 늘리는가

최소한 지금까지는 연준이 MBS 감축 기조를 이어간 게 맞다.

세인트루이스 연은에 따르면 연준의 장기 MBS 보유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1조8천억원까지 한때 늘었으나, 지난 13일 기준으로 1조3천600억달러까지 줄었다.

◇ 연준이 과거 MBS를 샀던 이유

연준은 지난 2007~2008년 주택시장 붕괴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국책 모기지업체인 페니메와 프레디맥 등으로부터 MBS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페니메의 더그 덩컨 수석 이모노미스트는 "위기 이후 당시의 관심은 이런 채권의 수요를 늘려 주택 가치의 하락을 막는 것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연준은 또한 기준금리와 모기지 금리를 낮춰 크레디트 수요를 키우고 미국 가계의 대차대조표 개선과 소비 진작을 꾀했다"고 설명했다.

◇ 모기지 금리 하락이 연준에 미치는 영향

연준은 MBS를 줄이려는 기조를 갖고 있는데, 최근 모기지 금리가 크게 하락했다.

30년 만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 8월 3.6%로, 사상 최저치에 가깝게 하락했다. 현재 이 금리는 소폭 반등했지만, 역사적으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마켓워치는 "모기지 금리의 하락은 연준의 MBS 보유 규모에 매우 중요하다"며 "채권이 빨리 상환될 때 현금이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모기지 금리 하락은 '금리 갈아타기' 즉, 재융자 압력을 키운다. 재융자를 위한 기존 대출의 상환은 연준 입장에서 현금 유입 요인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페니메 채권의 선지급(prepayment) 속도가 지난 7월 이후부터 빨라지고 있다. 지난 3년간 낮고 안정적이던 추세와는 달라진 것으로, 재융자를 위해 기존 채권을 상환하려는 자금이 빠르게 들어오고 있다는 뜻이다.

마켓워치는 "연준이 좋아할 정도로 모기지 상환 속도가 빨라진다면 과거에 해왔던 포트폴리오 감축을 상쇄하기 위해 연준은 더욱더 많은 채권을 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포트폴리오 감축 속도를 적정하게 관리하기 위해 MBS를 재투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제니 몽고메리 스콧의 가이 르바스 수석 채권 전략가는 "일반적인 연준의 계획은 MBS 보유를 줄이는 것"이라며 "금리가 하락하며 재융자가 늘었는데, 연준은 여전히 포트폴리오 감축 속도를 질서 있게 관리하기 원한다"고 풀이했다.

◇ 연준이 최근 대차대조를 늘리고 있진 않았는가

연준은 최근 대차대조를 늘리고 있었지만, MBS가 우선순위는 아니었다. 지난달 연준은 경기를 활성화하고 레포 시장의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매달 600억달러의 단기 재정증권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해당 조처가 또 하나의 전면적인 양적완화가 아니고, 일시적이며 단기적인 행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은 지난 8월부터 만기를 맞는 MBS의 재투자를 매달 최대 200억달러씩 중단하기로 했었다.

◇ 시장 참가자들의 진단은

채권시장 큰 손인 핌코는 최근 블로그를 통해 "연준이 기존 정책을 바꿔 (재융자에 따른) 현금으로 더욱더 많은 MBS에 재투자하는 것을 고려하고 싶어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이어서 "최근 정부보증채권의 자금조달 비용은 1개월 리보보다 60bp나 올랐다"며 "이는 금융위기에서만 볼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MBS시장의 이런 압박을 완화하는 데도 연준의 MBS 재투자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동시에 연준의 MBS 재투자 기조는 채권금리의 하방 압력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시포트 글로벌의 톰 디 갈로마 전무는 "국채나 MBS를 사는 데 충분한 자금을 가진 이들은 거의 없다"면서도 "특정 참가자들은 그들의 채권 만기를 연장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오는 12월과 내년 1월까지 그렇게 해야 할 사람이 있다는 것은 연말 채권금리를 압박하는 경향이 있다"고 예상했다.

ywk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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