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외환당국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서울외환시장도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올 들어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당국이 지난 주말 시장의 과도한 절상 기대에 일침을 가하고 나섰다.

당국은 지난 26일 달러-원 환율이 장중 한 때 1,094.90원까지 떨어지자 "한쪽으로 쏠리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구두개입에 나섰다. 이어 스무딩 오퍼레이션으로 추정되는 물량까지 유입되면서 시장은 곧 추가하락을 제한한 뒤 관망세로 돌아섰다.

시장 참가자들은 그동안 온건노선으로 분류됐던 외환 당국이 나서면서 어느 수준을 적정선으로 봐야하는 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 등을 감안하면 1,100원 선 하향 돌파가 기정사실화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당국의 방어 의지를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당국은 그동안 온건노선으로 분류됐다. 박재완 장관과 김중수 총재은 환율 절대 수준보다 변동성 관리가 우선이라는 철학을 여러 차례 표명하는 등 이른바 직접적 시장 개입을 자제해왔다.

실제 당국은 달러-원 환율이 지난 5월25일 1,185.60원으로 장중 연고점을 기록한 뒤 슬금슬금 내려오는 과정에서도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달러-원 환율 일봉 차트>



이명박 정부 초기 최고위 당국자들이 직접 호령하던 때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최근 환율이 1,000원대로 진입한 데 이어 세자릿수에 대한 기대까지 형성되자 당국이 달라졌다.

과도한 환율 절상 기대가 가뜩이나 부진한 실물경제를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됐기 때문이다. 환율 수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수출의 GDP 기여도는 2011년 기준으로 52%에 이르고 수출과 수입을 합한 무역의존도는 96.9% 수준이다.

달러-원 환율이 하락 기조를 보인 올해 전기대비 실질경제성장률(GDP)은 1분기 0.9%, 2분기 0.3%, 3분기 0.2% 등 빠른 속도로 둔화되고 있다.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까지 과도한 환율 하락을 우려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29일 오전 방송된 라디오ㆍ인터넷 연설에서 "전 세계가 저성장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도 성장이 다소 둔화되고 있어 걱정스럽다"면서 "우리 경제가 상대적으로 양호하기 때문에 환율이 낮아져서 수출도 어려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

시장을 직접 상대하는 당국자들의 입장도 단호하다. 지난주말 비록 1,100원선을 내주기는 했지만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하면 환율이 마냥 아래로만 향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당국이 특히 주목하는 대목은 1,100원이 깨진 뒤 아래쪽으로만 형성되고 있는 심리적 쏠림이다.

그동안 온건했던 당국이라도 한번 작심하면 무서워진다. '당국에 맞서지 말라'는 게 금융시장의 오래된 격언이다. 이번에도 이 격언이 사실로 판명날지 지켜볼 일이다.(정책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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