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2008년 찾아온 글로벌 금융위기는 수많은 사람의 삶을 산산조각냈다. 하지만 이를 유발한 기업의 중역들은 누구도 제대로 벌을 받지 않았다. 이유가 무엇일까.

올해 출간된 '치킨쉬트클럽(Chickenshit Club)'에서 저자 제시 에이싱어는 그 배경에 겁쟁이클럽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범죄자들을 법정으로 끌고 가지 못한 미국 연방검사들과 증권거래위원회(SEC) 변호사들의 안일하고 무기력한 대응을 비판했다.

저자는 법무부와 SEC가 2008년 금융위기 때 국민이 아니라 기업의 입장에서 사건을 해결하면서 결국 아무도 처벌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혹시나 재판에서 진다면 자신들의 명예, 그리고 미래의 일자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봐 범죄자들을 법정으로 끌고 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신 그들은 기업에 벌금을 내게 했고, 기업은 기꺼이 연방검사들이나 SEC가 원하는 금액을 수표로 끊어줬다.

연방 정부는 정의가 승리했다고 주장했고, 언론도 대서특필하며 엄청난 규모의 벌금에 대해 보도했지만 범죄자들은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고, 기업이 낸 벌금은 결국 주주의 돈이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책은 특히 한국거래소 출신인 김정수 금융법전략연구소 대표가 감수를 맡아 눈길을 끈다.

김정수 대표는 한국거래소에서 27년간 근무한 인물로 거래소 시장감시본부 본부장보(상무)를 맡기도 했다.

2009년 1월에 한국거래소를 퇴임한 후 법무법인 율촌에서 고문을 담당했다.

현재는 금융법전략연구소와 금융독서포럼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

저서도 많다. 김 대표는 2002년 '현대증권법원론'을, 자본시장법 제정 이후 1천750페이지에 달하는 '자본시장법원론'을 출간했다.

2011년 금융법 전략연구소를 설립해 자본시장법을 전문적으로 연구, 강의해왔다.

이 밖에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공저)', 내부자거래와 시장질서 교란행위, 월스트리트의 내부자들 등을 집필한 바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거래소에서 시장 감시 업무를 맡아온 만큼 증시 불공정거래 등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도 크다.

김 대표는 "책 내용에 보면 제드 레이코프 연방법원 판사가 기업과의 합의 끝에 나온 SEC의 제재금을 너무 적다면서 더 세게 내리는 사례가 나오는데 이처럼 미국은 판사들이 증권범죄에 엄격한 측면도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검사가 적극적으로 증권범죄를 기소하더라도 1심에서 부당이득 계산을 80억원으로 냈는데 2심에서 계산이 제대로 안됐다면서 법정 최대 수준인 5억원을 매기고, 검찰이 75억원을 돌려주는 사례가 생길 정도로 검사들의 애로사항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책은 미국의 경우여서 한국과는 법체계가 다른 측면이 있지만 감수를 하는 동안 자본시장 관련 범죄에 대해 법적으로 좀 더 엄격하게 봐줬으면 하는 생각도 해봤다"며 "법조인들도 여러 시사점을 받을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부 정선영 차장대우)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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