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합의가 내년 대선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고 발언하면서 미국 뉴욕증시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오는 15일 예고한 대중 관세가 예정대로 집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발언은 협상의 근본적인 결렬을 시사하는 것이라기보다 15일 관세 데드라인을 2주 앞두고 중국에 대한 협상 레버리지를 높이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이 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정부 관리들과 트럼프 대통령 측근을 인용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런던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과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여러분들이 진실을 원한다면 어떤 면에서는 선거 이후까지 기다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미·중 무역합의에 대해 언급했다.

미국 측에서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보좌관이 무역협상에 개입하면서 협상이 마무리 단계임을 시사했다.

쿠슈너 선임 보좌관은 일종의 '통역사' 역할을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일 만한 합의가 어떤 것인지 평가하고 있으며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나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 대사와 함께 협력하고 있다.

수개월 동안 협상단을 난처하게 만든 합의 문구에 대한 타협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정부에서 소통 담당관을 지낸 바 있는 제이슨 밀러는 "궁극적으로 대통령은 합의를 마무리 지음으로써 투표소에서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라면서 "중국과 무역전쟁을 하는 것으로 투표소에서 보상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합의를 승인하기 전에 중국 측이 좋은 제안을 할 수 있도록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관리들 역시 무역합의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중국은 경기 둔화 우려 때문에라도 무역합의를 타결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아무런 합의가 나오지 않는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예정대로 소비재를 중심으로 한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때릴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소비자들의 커다란 반발이 예상될 뿐만 아니라 라이트하이저 대표나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래리 커들로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역시 중국만큼이나 이 관세에 반대하고 있다.

다만 중국은 15일 관세 뿐만 아니라 기존 관세에 대해서도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라이트하이저 대표나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관세 철회에 대해 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은 양국 정상이 참여하지 않는 부분적 무역합의 서명식도 계획하고 있다.

두 정상이 참여하지 않으면 합의 마무리가 더 쉬워질 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캠페인을 위해 정치적으로 필요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서명식은 없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커들로 위원장은 "양국 정상은 종종 최고위 관리가 그것(서명)을 할 수 있다고 언급해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시 주석 입장에서는 중국에 반대하는 워싱턴 정가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워싱턴DC나 미국 내 어디든 방문할 이유를 찾기는 어렵다고 중국 관리들은 지적하고 있다.

중국은 이 때문에 지난 10월 주미 일본 대사가 일본 정부 대신 합의에 서명한 미일 무역합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중국은 무역협상단 대표인 류허 부총리를 워싱턴에 보내 합의 서명을 시키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인권법에 서명한 이후에도 다소 상징적인 대응에 나서는 것에 그치기도 했다. 무역합의를 결딴내겠다는 입장이 아님을 시사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일 중국 외교부는 당분간 미국 군함과 함재기의 홍콩 입항을 허용하지 않으며 홍콩 시위와 관련해 입장을 냈던 일부 비정부기구(NGO)를 제재한다고 밝혔다.

WSJ은 그러나 이전에 수차례 그랬던 것처럼 협상이 다시 결렬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 합의에도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 대해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올리겠다고 위협하면서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또 미국 기업이 포함된 '신뢰할 수 없는 실체 명단'을 발표한다는 계획을 밀어붙일 가능성도 있다.

마르코 루비오 미 공화당 상위의원이 신장웨이우얼 자치구 무슬림에 대한 억압에 개입한 중국 관리들을 제재할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함에 따라 중국이 조만간 명단을 발표할 수 있다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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