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차ㆍ반도체ㆍ바이오ㆍ데이터ㆍAI 등 주력산업 대상



(세종=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정부가 무(無)이자로 주력산업에 시설투자용 자금을 대준다. 규모는 5조원에 달한다. '제로 금리'는 그동안 없었던 파격적인 방안으로 주력산업의 경쟁력 향상, 국가 경제 차원에서는 경제 성장률 제고를 뒷받침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이달 발표하는 경제정책방향에 담기 위해 이와 같은 방안을 골자로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을 중심으로 5조원의 기금을 조성하고서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군에 대출해주는 구조다.

대상인 주력산업은 미래차와 반도체, 바이오를 의미하는 '빅3'와 데이터ㆍ네트워크ㆍ인공지능(AI) 등 이른바 'DNA'가 꼽힌다.

이를 통해서 이들 산업에 대한 경쟁력을 강화해 우리나라 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끌어내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으로 분석된다.

자금은 대기업보다는 하나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자는 차원에서 자금 부족을 겪는 중견ㆍ중소 등에 집중될 전망이다.

큰 틀에서는 경제 성장률 제고에도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의 설비투자는 올해 1분기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4% 감소했고, 2분기 -7.0%, 3분기 -2.7% 등으로 그 폭이 축소되고 있지만 지난해 2분기부터 지속적으로 마이너스(-)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관련 투자가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이런 이유도 설비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1분기 -1.7%포인트, 2분기 -0.7%포인트, 3분기 -0.2%포인트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ㆍ중견기업이 5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시설용 투자에 단행한다면 일정 부분 성장률 제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이런 투자를 기반으로 몇 년 뒤에는 더욱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정책의 집행기관인 정책금융기관 차원에서는 다소 손실이 불가피하다.

산업은행이 지난 4일에 발행한 1년 만기 채권(할인채)의 금리는 1.470%다. 3년짜리(이표채)는 1.57%였다. 같은 날 기업은행도 같은 구조와 금리로 발행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0.50%포인트 정도 낮아진 숫자이긴 하지만 여전히 제로금리로 집행하기에는 손실 가능성이 있다.

두 기관은 정책금융기관으로서 국내 산업발전에 대한 책임도 있기 때문에 단순히 손실만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기재부는 두 기관에 대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자금을 지속해서 수혈하고 있다.

증권사 투자은행(IB) 사업부 고위 관계자는 "파격적인 대출을 통해서라도 서둘러 산업체질을 바꿔보겠다는 것"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자신도 엮어 자금을 타려고 할 것이다. 이를 고려해서 정책을 세밀하게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인 1.25%라도 과거와 물가 수준이 다르기 때문에 기업이 조달 비용 측면에서 '싸다'고 인지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의 기업버전으로 보이는데, 금리를 낮춰 투자 여력을 더욱 키우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대기업 협력업체의 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제로금리라는 것은 상당히 파격적"이라며 "현실화한다면 주요 기업에 대한 수요가 엄청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오히려 자금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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