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규제에 하나SK카드 '기회 상실'



<<하나SK카드 단말채 팩토링 사업 관련 내용 추가>>



(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그동안 하나SK카드가 도맡아 해 오던 SK텔레콤의 단말기할부대금채권(이하 단말채) 유동화를 KB카드와 신한카드가 맡아서 한다.

금융당국의 카드사에 대한 레버리지(총자산/자기자본) 규제 탓에 하나SK카드가 더 이상 SK텔레콤의 단말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산을 늘릴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29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KB카드는 내달께 SK텔레콤의 단말채를 기초자산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발행 규모는 약 2천억∼3천억원 가량이 될 예정으로 KB카드는 발행업무를 맡아 처리할 주관사 선정 작업을 거의 마무리했다.

KB카드가 SK텔레콤의 단말채를 인수해 이를 기초로 유동화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B카드에 이어 신한카드도 SK텔레콤의 단말채를 인수해 유동화에 나설 예정이다. SK텔레콤과 단말채 인수와 관련한 협의를 상당 부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KB카드와 신한카드가 단말채를 인수해 이를 유동화 하려는 것은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할부채권을 인수해 이를 유동화 해 수익을 얻는 일종의 팩토링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것으로 정부의 카드사에 대한 신용판매 사업 규제가 발단이 됐다.

카드사의 신용판매가 위험수위에 오른 가계부채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사업을 추가로 확대하기 어려워지자 금융자산을 활용해 수익을 내려는 것이다.

통상 할인된 가격에 단말채를 사와 이를 유동화 할 경우 일정 수준의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다.

신용판매를 통해 얻는 수수료 수익에 비해 꽤 괜찮은 이익을 거둘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통신사의 단말채는 다른 업종에 속한 기업들의 매출채권에 비해 리스크가 높지 않고 질적인 수준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간 국내 카드사들은 통신사의 단말채를 인수할 기회가 없었다.

국내 3대 이동통신사 가운데 단말채를 카드사에 파는 곳은 SK텔레콤 밖에 없었는데 하나SK카드가 독점 인수해 왔다.

KT와 LG유플러스는 자체적으로 단말채를 유동화 해 ABS를 발행하고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SK텔레콤의 단말채를 인수하게 된 KB카드와 신한카드에게는 상당한 기회가 된 셈이다.

KB카드와 신한카드는 단말채 인수를 계기로 SK텔레콤과의 관계 확대를 통해 사업상 제휴 등으로 넓혀갈 수 있는 기회도 잡게 됐다.

이에 반해 그간 SK텔레콤의 단말채를 독점적으로 인수해 왔던 하나SK카드는 기회를 잃게 됐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6월 카드사의 과도한 외형확대 경쟁을 차단하기 위해 총자산이 자기자본의 일정 배수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레버리지 규제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의 규제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레버리지가 가장 컸던 하나SK카드였다. 사실 하나SK카드는 설립 이후 빠른 자산 확대 과정에서 SK텔레콤의 도움을 많이 받아왔다.

2010년 2분기 이후 SK텔레콤 단말채 인수를 시작했는데 이는 하나SK카드의 자산을 대폭 늘리는 계기가 됐다.

올해 6월 말 현재 하나SK카드가 보유한 SK텔레콤의 단말채 규모는 6조원에 육박했다. 하나SK카드는 단말채를 인수해 이를 유동화함으로써 수익도 얻을 수 있었다.

하나SK카드는 국내 카드사 가운데 처음으로 통신사 단말채를 활용한 팩토링 아이템을 고안해 SK텔레콤에 제안을 해 사업을 시작했다. 양사간 시너지를 노린 것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산 확대와 수익 확보를 위해 2대 주주인 SK텔레콤이 하나SK카드에 일감을 몰아준 것이란 지적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나SK카드의 최대주주는 51%의 지분을 보유한 하나금융지주이고, SK텔레콤은 49%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다.

금융당국의 규제로 하나SK카드와 SK텔레콤의 '지원' 관계는 더 이상 확대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레버리지 배수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어서 하나SK카드는 보유하고 있는 단말채 자산도 팔아야 할 처지다.

하나SK카드의 주주인 하나금융지주와 SK텔레콤이 당장 자본을 확충해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단말채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총자산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카드사들은 하나SK카드로부터 단말채를 매입하는 것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하나SK카드는 올해만 여섯번에 걸쳐 SK텔레콤의 단말채를 기초로 3조2천330억원의 ABS를 발행했다.

pisces73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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