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환율하락 우려 추가>>



(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그동안 달러-원 환율 하락을 가만히 지켜보던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외환당국의 움직임에 서울외환시장의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최근 국내외 경기둔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환율이 낮아지면서 수출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통령까지 나서 이례적으로 환율 하락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만큼 향후 당국의 일거수 일투족이 주목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 26일 달러-원 환율 하락과 관련해 "최근 외환시장의 흐름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나 국내 펀더멘털과 달리 한쪽으로 쏠리는 것 같다"면서 "다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환율에 대해서는 확인도 부정도 하지 않던 그간의 대응방식과 다른 모습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29일 라디오연설에서 "세계가 저성장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도 성장이 다소 둔화되고 있어 걱정스럽다"면서 "우리 경제가 상대적으로 양호하기 때문에 환율이 낮아져서 수출에도 어려운 점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 달러-원 환율 하락이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아도 부진한 국내경기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그러나 우리 경제는 일시적인 어려움은 있지만, 곧 회복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기대했다.

외환당국에 이어 대통령까지 나서서 최근 환율 하락에 대해서 우려감을 드러낸 것은 당국자의 발언에서처럼 환율 방향성에 대한 서환시장의 기대심리가 한쪽으로 쏠리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지난 11일부터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17일과 18일 이틀을 빼고는 줄곧 순매도로 대응하고 있다. 이와 달리 달러-원 환율은 지난 22일과 24일 이틀을 제외하고는 전일대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환율이 외국인 증권자금 이동과 전혀 다른 방향성을 전개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달러-원 환율이 낮아지면서 환율에 대한 수출업체들의 인식이 크게 바뀌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달러-원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수출업체들의 네고물량이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다.

결국 환율과 관련된 외환당국의 구도개입은 앞으로 달러-원 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보는 업체들의 일방적인 심리에 대한 우려로 해석되는 이유다.

최근 미국 달러 대비 원화의 절상폭도 다른 통화에 비해서 점점 커지고 있다.

연합인포맥스의 통화별 등락률 비교(인포맥스 화면번호 2116번)에 따르면 10월 들어 지난 27일까지 원화는 미국 달러에 1.33% 절상됐다. 싱가포르 달러화나 말레이시아 링깃은 같은 기간에 0.55%와 0.50% 절상되는 데 그쳤다. 아시아에서 원화 다음으로 절상률이 큰 필리핀 페소도 1.09% 절상률에 그치고 있다.

아울러 서환시장에서 외환당국의 환율 안정에 대한 의지가 의심받는 것도 당국이 환율에 대한 우려 발언을 내놓은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박재완 장관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서 경상수지 등 대외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이 원화 강세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고,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글로벌 경제가 취약한 상황에서 투자할 데를 찾다 보니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인 우리나라로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달러-원 하락에 대한 두 경제수장의 진단은 일부 서환시장에서 외환당국이 원화 강세를 용인하는 것으로 해석됐고, 이후 달러-원 환율의 낙폭이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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