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만큼은 견조했던 日 경제보복

일본이 지난 7월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하자 금융시장은 출렁했다.

은행도 예외는 없었다. 금융당국이 일본이 금융 부문까지 보복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없음을 수차례 강조했음에도, 일본계 금융회사가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했다.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이들이 국내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실제 영향은 미미했다.

일본계 금융기관이 자금을 회수한 사례는 없었다. 은행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국내 6개 은행(국민·기업·산업·신한·우리·하나은행) 평균 31.38bp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모습을 이어갔다.

오히려 시중은행은 잇달아 수출규제 피해기업 지원 대책 마련에 나섰다. 소재부품 전문기업 대출을 마련해 해당 기업을 지원하기도 하고, 금리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지난 8월 초부터 9월 중순까지 7주간 정책금융기관과 시중은행들이 일본 수출 규제 피해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금융 지원은 총 8천45억원에 달했다.

◇말 많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정부가 지난 2015년에 이어 두 번째 공급에 나선 안심전환대출의 파장은 컸다.

서민과 주택 실수요자에게 연 1%대 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탈 기회를 주겠다며 야심 차게 선보인 이번 안심전환대출에는 74조원 규모의 신청이 집중됐다. 당초 공급을 약속한 20조원의 3.5배에 달하는 수요가 몰린 셈이다.

사실상 수요예측에 실패하자 금융당국을 향한 비난은 거셌다. 서민을 희망 고문했다는 지적에 더해 기존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이용한 사람은 대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을 두고 형평성 논란도 제기됐다. 시가 9억원 이하로 설정된 신청 자격을 두고 무늬만 서민형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채권시장에선 주택저당채권(MBS) 발행을 두고 여전히 갑론을박을 이어가고 있다. 한때는 헛소문이 시장이 출렁이기도 했다.

주택금융공사는 조만간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용 첫 MBS 발행에 나선다. 금융권이 추산하는 물량은 약 6조원 안팎이다. 주금공은 내년 1분기까지 5~6차례에 걸쳐 20조원의 MBS를 발행하게 된다.

최저 1.85%에서 2% 초반으로 대출금리가 확정된 상황에서 금리상승 리스크를 떠안은 주금공의 역마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금융당국은 일부 수익을 포기하는 것일 뿐 손실을 보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시장의 관심은 이달 진행될 첫 MBS 발행에 쏠리고 있다.

◇블랙스완이 된 금리연계 DLS·DLF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1조원 가까이 판매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은 올해 은행권의 전체의 폭탄이 됐다. 비이자수익에 목마른 은행의 과도한 영업 관행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이번 사태가 보여준 은행의 한계는 명확했다. JP모건과 소시에테제네랄 등 글로벌IB가 2016년 무렵 팔기 시작한 금리 파생상품을 시장에 대한 이해 없이 국내 은행이 팔면서 이익을 본 곳은 반대 포지션으로 헤지판 글로벌IB와 상품 설계에 다리를 놓은 전문 계약직뿐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은행이 20% 이상 손실 위험이 있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을 팔지 못하도록 했다. 주가연계증권(ELS)처럼 이미 대중화된 상품을 신탁에 편입해 파는 것도 금지하자 은행권의 40조 시장을 죽인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단호하다. 금융위는 지난달 발표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개선 방안의 세부안을 이번 주 공개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이번 사태를 초래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 대한 제재를 고심하고 있다. 앞서 두 달 간 진행된 고강도 현장 검사를 통해 이미 두 은행의 불완전판매 정황이 다수 확보됐다. 중징계가 예상되는 기관제재와 함께 금감원이 행장 등 최고경영자(CEO)까지 징계할지가 관심사다.

앞서 윤석헌 원장은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경영층에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곳간 빈 인터넷銀…제2의 카뱅 꿈꾸는 토스

카카오는 지난달 산업자본 중 처음으로 카카오뱅크의 최대 주주가 됐다. 금융당국이 한국투자금융지주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카카오뱅크 지분 29%를 매각하는 것을 허용해준 결과다.

카카오뱅크는 유상증자를 통해 최근 자본금이 1조8천억원으로 확대됐다. 내년에는 기업공개(IPO)도 나선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안은 고사 직전인 케이뱅크를 살리는 데 필요하다.

지난 3월 KT는 케이뱅크의 지분을 34%로 늘리겠다며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으나 금융당국은 KT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심사를 중단했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안은 인터넷은행 한도 초과 보유 주주의 결격 사유 중 공정거래법 부분을 제외하는 게 핵심이다.

KT가 케이뱅크 최대주주로 올라서면 역시나 대규모 자본금을 확충할 길이 마련되는 셈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곧 새로운 도전자도 마주하게 된다.

올해 진행된 제3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에서 한차례 고배를 마신 토스 컨소시엄은 SC제일은행, KEB하나은행 등과 손잡고 두 번째 도전을 한 상태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순께 최대 2곳의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발표한다.

◇ 여전한 채용 비리 그림자

지난해 은행권을 뒤흔든 채용 비리 이슈는 올해 최고경영자(CEO)의 임기 만료와 맞물려 다시 수면위로 부상했다.

채용 비리 의혹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CEO 재선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금감원과 달리, CEO들은 확고한 경영성과를 기반으로 연임에 도전하며 당국에 맞서고 있다.

함영주 전 KEB하나은행장은 지난 2월 행장 후보군에서 자진해서 사퇴했다. 금감원이 사외이사를 만나 함 전 행장의 법률리스크를 전달한 지 사흘 만의 일이었다.

금감원의 '관치'를 지적하는 비판은 거셌다. 금감원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금융권은 연임이 유력했던 함 전 행장의 갑작스러운 자진사퇴 배경으로 금감원을 지목했다.

9개월 뒤 금감원은 신한지주에도 연임에 도전하는 조용병 회장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다만 앞서 겪은 관치 논란을 의식한 듯 다소 톤다운 된 메시지가 전달됐다. 회장 선임 등 지배구조는 전적으로 금융회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으로 이사회가 심사숙고해 판단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 회장은 이달 검찰 구형, 내달 1심 발표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도 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속도는 다소 더디지만 함 전 행장 역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룹의 부회장을 맡은 그는 여전히 김정태 회장의 연임에 맞설 가장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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