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신용평가사의 정기평가에서 동양증권이 국내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수모를 겪었다.

재무적으로 든든하지 못한 '부모'를 둔 탓에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의 자금지원에 나섰다 되레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폭탄'을 맞았다.

한국기업평가는 29일 동양증권의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단계 내렸다. 후순위채 신용등급도 'A'에서 'A-'로 강등됐다.

한기평은 계열 지원에 대한 부담이 신용도의 제약 요인이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양그룹 계열의 금융투자회사인 동양증권은 100% 자회사인 동양파이낸셜대부와 함께 그간 그룹내 '돈줄'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동양그룹 계열사들의 실적과 재무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연결 실적에 악영향을 받았고 자금을 지원해 준 것도 헛수고가 됐다.

한기평이 대표적으로 꼽은 나쁜 사례가 동양생명 지분 처분과 동양파이낸셜대부에 대한 유상증자였다.

지난해 동양생명 지분 처분으로 동양파이낸셜대부는 4천551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동양증권의 유상증자 참여로 500억원을 추가로 손에 넣게 됐다.

이렇게 마련된 총 5천549억원의 자금은 동양파이낸셜대부가 보유하고 있던 4천60억원(2010년 말 기준)의 차입금을 전액 상환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동양파이낸셜대부의 차입금은 1천4억원이 남아있었다.

나머지 돈은 고스란히 동양그룹 계열사들의 직접 지원용으로 쓰였다.

㈜동양의 지분투자에 1천605억원이 쓰였고,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에 각각 332억원과 493억원의 자금대여가 이뤄졌다.

2010년 말 67억원에 그쳤던 계열사에 대한 자금 지원 규모는 올해 6월말에 886억원으로10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동양의 주가 하락으로 동양파이낸셜대부는 올해 상반기에만 1천28억원의 손상차손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829억원의 손실을 보게 됐다.

동양파이낸셜대부는 동양증권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동양파이낸셜대부의 실적 악화는 동양증권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동양파이낸셜대부의 실적이 합산된 탓에 동양증권은 2011회계연도와 2012회계연도 1분기에 각각 493억원과 117억원의 손실을 봤다.

한기평은 "㈜동양 발행회사채에 대한 모집주선 실적, 동양인터내셔널과 동양레저 발행 기업어음의 신탁계정을 통한 매입실적 등을 감안할 때 동양증권이 신인도가 낮은 계열사에 대한 자금조달 창구의 역할을 지속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기평은 이어 "이러한 역할로 인해 평판자본 위험 등에 노출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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