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한진가(家)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조원태 회장 체제에 본격적으로 반기를 들면서 한진그룹 경영권 향배가 시계제로의 상황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진그룹을 상대로 끊임없이 지배구조 문제를 제기해 온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추가로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면서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주주간 합종연횡과 싸움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의 별세 이후 총수 자리에 올라 친정체제를 구축하고, 의욕적으로 사업재편을 추진하며 경영권을 다져온 조원태 회장은 앞으로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처지에 몰렸다.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향후 심상치 않게 돌아갈 것이란 조짐을 알리는 두가지 소식이 공교롭게도 23일에 동시에 나왔다.

우선 그간 침묵으로 일관하던 조현아 전 부사장이 법률대리인을 통해 경영권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조목조목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조원태 회장이 가족간 협의없이 전횡을 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조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이 선대 회장의 유훈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며 조원태 회장을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그러면서 동일인(총수)을 지정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는 것과 자신의 복귀 문제 등에 대해 협의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마치 협의가 된 것처럼 대외적으로 발표된 점에 강력한 유감의 뜻을 밝혔다.

조원태 회장이 그룹 총수에 오른 자체를 문제 삼고, 자신의 복귀를 조 회장이 막고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주장한 것이다.

현 '조원태 체제'를 인정할수 없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의 향후 행보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은 "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는 부분에 명확히 드러났다.

자신에게 우호적인 주주들을 규합해 조원태 회장 등과 세(勢) 싸움을 본격적으로 하겠다는 선전포고인 셈이다.

조 전 부사장이 입장문을 낸 이날 오후 KCGI는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KCGI는 최근 한진칼 지분 1.31%를 추가로 매입해 지분율을 15.98%에서 17.29%로 늘렸다고 밝혔다.

KCGI가 한진칼 지분을 사들인 것은 7개월 만으로 단일 주주로는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진 주주가 됐다.

한진그룹 경영권의 핵심인 한진칼의 지분구조를 보면 조원태 회장이 6.52%, 조현아 전 부사장이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6.47%를 보유하고 있고,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5.31%를 갖고 있어 한진가 오너 일가의 지분은 24.79%에 이른다.

여기에 정석인하학원, 일우재단, 정석물류학술재단 등 특수관계인 지분 4%까지 합치면 30%에 육박한다.

'백기사' 역할을 하는 우군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이 보유한 10%의 지분까지 고려하면 40%에 근접한다.

하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이 '조원태 체제'에 반기를 들면서 오너 일가의 지분을 단순히 합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게 됐다.

KCGI와 한진가 일가, 델타항공에 더해 반도건설(6.28%)까지 주요 주주의 명단에 오른 상황이어서 주주간 합종연횡에 따라 경영권 향배는 크게 요동칠 수 있다.

우선 한진가 일가의 내부가 어떻게 분화할 지가 관심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조원태·조현민 대 조현아 대 이명희'의 구도라고 본다.

경영복귀와 관련, 조현민 전무는 성공하고, 조현아 전 부사장은 무산된 게 조원태 회장의 의도에 따른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명희 전 이사장의 경우 '캐스팅 보트'의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렇다고 조원태 회장에 우호적이지는 않다고 보는 분석이 많다.

지난달 정기 임원인사에서 이 전 이사장의 측근들이 상당 수 물러난 게 조 회장의 작품으로 보고 있어서다.

한진가 오너 일가 사이에서 지분이 명확하게 갈리는 상황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KCGI와 반도건설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지가 관건이다.

KCGI가 한진그룹 지배구조와 사업재편에 대해 그간 강한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에서 자신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쪽과 손을 잡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KCGI에 못지않게 반도건설도 강력한 변수가 되고 있다.

반도건설을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면서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못박았지만, 언제든 변경 공시를 통해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주주총회 과정에서 캐스팅 보트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반도건설이 만약 추가로 지분을 매입한다면 더욱 강력한 카드를 쥐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저마다 '캐스팅 보트'를 쥐기 위해 전략 수립에 나선 상황이라 향후 경영권의 방향성을 가늠하기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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