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새해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이란 군부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이 트럼프가 전격 승인한 드론 공습에 사망하고, 이란이 '가혹한 보복'에 나설 것을 경고하면서 중동 정세가 불투명해진 탓이다. 이로 인한 중동산 원유의 공급 차질 우려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한 달 전 50달러대 초반에서 최근 배럴당 60달러대 초입으로 진입했으며 지난해 고점 66달러를 코앞에 두고 있다.



2016년부터 국제 유가는 산유국의 공조 감산과 세계 경기 둔화 등이 맞물리며 40~70달러대에서 안정세를 보였다. 10년 전 한때 147달러까지 치솟기던 했던 국제 유가의 하향 안정화는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크게 줄였으며 이에 따라 개별 나라들의 경기 진폭도 대폭 좁히고 있다. 특히 저유가는 '인플레이션 파이터'인 세계 중앙은행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낮추는 모험을 감행하게 하는 주요 배경 중 하나이기도 하다.







<출처 :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1986년부터 WTI 유가 추이(파란선)와 미 경기침체 구간(어두운 막대 부분)>



이번 사태가 발발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상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묻는 말에 "경기·물가로 봤을 때 완화 기조로 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또 사태 전에 나온 민간의 유가 전망도 살펴보면 무척 평화로웠다는 점도 발견한다. 연합인포맥스 컨센서스 종합(8852 화면)에 따르면 WTI 가격은 올해 1분기 배럴당 56달러로 전망됐다. 설문에 참여한 12개 기관은 2분기 56달러, 3~4분기 57달러를 보는 등 1년 중 거의 변화가 없다고 예측했다.







<출처 : 연합인포맥스 8852화면, WTI 전망 컨센서스>



이런 상황에서 유가의 갑작스러운 상승과 앞으로 불확실성은 저물가와 저금리를 전제로 올해 전략을 짰던 금융시장에 예상치 못한 '편두통' 거리가 될 수 있다. 특히 전 세계 통화정책 여력의 고갈로 정부의 재정 확대 가능성이 커진 점이 묘하게 맞물린다면 금리가 현재 그대로 있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인플레 압력이 커지면서 금리가 크게 오른다면 모두가 곤란한 상태가 될 수 있다. 세계 공통적인 부동산 가격 앙등으로 가계 대출이 커졌을 뿐 아니라 조달비용 하락에 기업은 회사채 발행을 늘렸고, 지지부진한 경기를 떠받치느라 정부도 부채 부담이 상당한 수준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번 사태의 혜택은 갈등 제공자인 미국이 먼저 볼 것이라는 점이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가장 덕을 볼 곳은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이다. 고유가는 저유가시 자금 압박에 시달릴 셰일오일 산업에 동아줄 역할을 하고, 뉴욕 증시의 약한 고리인 하이일드 회사채 시장에 돌다리도 되어줄 것이다. 동시에 증산 설비투자를 촉진해 미국 제조업의 반등도 견인할 수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갈등을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면 말이다. 최근 발표된 지난해 12월 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009년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해, 이미 경고등을 켰다.







<출처 : 뉴인포맥스, 하이일드 회사채 시장을 보여주는 '아이쉐어즈 아이박스 하이일드 회사채 지수(HYG)의 2007년부터 추이>



또 좋은 점을 하나 찾아본다면 한반도의 지정학적 이슈가 잠잠해질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작년부터 지속한 북미 관계의 교착상태로 북한은 돌발적인 탄도 미사일 발사 시험으로 미국에 존재감을 드러내고픈 욕망을 느낄 수밖에 없고, 이는 서서히 바닥을 치고 고개를 들려는 국내 경기와 금융시장에 악재가 될 수 있다. 이번 드론 암살이 주는 공포가 영향을 끼친다면 북한을 정반대 출구인 평화적인 대화로 끌어내기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다산과 생명력의 상징인 쥐의 해 2020년 초에 닥친 돌발 악재가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에 '쓴 보약'이 되길 바란다. (자산운용부장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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