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우리은행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피해고객을 위해 검토하겠다던 소비자보호기금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 소비자보호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당초 의도와 달리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생겨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본부장 이상 임원들이 급여를 일부 반납해 소비자보호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당 방안은 지난달 영업본부장회의에서 처음 나왔다. 일부 영업본부장들이 분쟁조정위원회 조정에 따른 배상이 끝나더라도 고객 피해가 남는 만큼 임직원들이 급여를 일부 반납해 기금을 조성하자는 제안한 것이다.

이에 대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우리은행 임직원의 진심이 전달될 수 있는 제안으로 보고 법률적인 이슈 등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해당 방안은 자본시장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자본시장법에서 금융투자상품과 관련해 투자자의 손실보전 등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55조는 금융투자업자가 금융투자상품의 매매나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해 투자자가 입을 손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전하여 줄 것을 사전에 약속하는 행위나 투자자가 입은 손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후에 보전하여 주는 행위, 투자자에게 일정한 이익을 보장할 것을 사전에 약속하거나 일정한 이익을 사후에 제공하는 행위 등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분조위 조정으로 인한 배상 외에 소비자보호기금을 별도로 조성해서 손실을 보전해준다면 이러한 규정에 위배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우리은행도 난처해진 상황이다. DLF로 인해 피해를 본 소비자에 책임을 지겠다는 차원에서 제시한 방안이 되레 법을 위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은행은 사회공헌활동을 확대하는 등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보호기금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런 소비자보호기금이 반드시 손실보전 금지 규정에 위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규정에 따라 손실보전이 가능한 경우에 해당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규정 제4-20조 1항 7호는 손실을 보전하거나 이익을 보전할 수 있는 예외로 ▲투자매매업자나 투자중개업자 및 그 임직원이 자신의 위법 행위가 불명확한 경우 사적 화해 수단으로 손실을 보상하는 행위 ▲투자매매업자 또는 투자중개업자의 위법행위로 인해 손해를 배상하는 행위 ▲분쟁조정 또는 재판상 화해절차에 따라 손실을 보상하거나 손해를 배상하는 행위 등을 포함하고 있다.

소비자보호기금 조성은 이 중 첫 번째 행위에 해당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해당 규정에 나온 행위에 해당된다면 자본시장법 제55조가 규정하는 손실보전금지 규정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증권투자의 자기책임원칙에 반하는 경우에는 손실보전을 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우리은행은 지난 9일 분조위 조정에 오른 피해 사례 3건에 대한 배상 절차를 모두 완료했다.

ywkim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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