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최근 만남을 갖고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공동전선 구축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이 '한 배'를 타기로 의견을 모았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반도건설이 10일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고 경영참여를 전격 선언한 배경에는 모종의 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한진그룹 사정에 밝은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한진그룹 경영진에서 권홍사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이 최근 몇 차례 접촉했다는 것을 파악한 것으로 안다"면서 "경영권 분쟁의 판이 뒤집힐 가능성에 대비해 대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3일 조 전 부사장이 갑작스럽게 '조원태 체제'를 공격하고 나선 것도 반도건설과 사전에 어느 정도 교감을 이뤘기 때문이라고 보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관측은 이날 반도건설이 지분 보유목적을 '단순취득'에서 '경영참여'로 바꾸면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분 보유목적의 변경은 다른 노림수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특정 한진그룹 오너 일가와 손을 잡으면서 과감한 베팅에 나섰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반도건설이 조현아 전 부사장과 공동전선에 나설 경우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양상은 더욱 복잡해진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한진칼에 대한 이들의 지분율은 14.77% 수준으로 확대된다.

반면, 조 전 부사장의 이탈로 한진가(家)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기존 29.94%에서 22.45%로 줄어든다.

델타항공이 쥐고 있는 10%를 감안하면 32.45%다.

만일 5.31%의 지분을 가진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도 대열에서 이탈할 경우 조원태 회장 측의 지분율은 더 낮아진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여전히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이 많지만 조원태 회장의 승리를 낙관하긴 어렵다"며 "오너 일가에서 균열이 커질 경우 상당한 파장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반도건설에 더해 17.29%의 지분을 쥔 KCGI가 어떤 입장을 갖느냐가 가장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KCGI까지 '조현아-반도건설' 전선에 힘을 보탤 경우 이들의 보유 지분율은 32.06% 수준으로 확대돼 '조원태-델타항공'과의 격차는 사실상 의미가 없게 된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상속세 문제 등으로 오너 일가가 직접 지분을 늘리기는 쉽지 않은 반면, 외부 견제 세력인 반도건설과 KCGI 등은 지분 확대가 비교적 자유로운 점도 조 회장 경영권 유지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jwon@yna.co.kr

(끝)

본 기사는 인포맥스 금융정보 단말기에서 16시 53분에 서비스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