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실적 부진과 재무 악화 등에 따라 CJ그룹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이 1년 새 5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기준 CJ그룹 소속 9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17조1천173억원으로 1년 전의 21조8천758억원 대비 4조7천585억원(21.7%) 감소했다.

CJ그룹 지주사 CJ의 주가는 9만2천100원으로 1년 전보다 22.2% 하락했다.

CJ는 2015년 8월 30만5천521원을 최고점을 찍은 이후 별다른 반등 없이 5년 동안 꾸준히 하락 궤적을 그렸다. 지난해 7월 10만원대마저 무너졌고 급락장에 7만5천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CJ그룹 계열 상장사 가운데 1년 전보다 주가가 오른 종목은 CJ씨푸드(11.9%)밖에 없다.

실적 부진의 골이 깊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게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최대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의 주가는 34만3천원에서 24만원으로 30% 급락했다. 5조원이 넘던 시가총액도 3조6천억원으로 1조5천억원이 사라졌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5천13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1%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975억원으로 90% 급감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글로벌 축산·사료 사업이 타격을 본 데다가 신규 공장 투자 등 부담으로 식품 부문 영업이익률이 떨어진 원인도 있었지만, 지난해 초 미국 최대 냉동식품 회사인 쉬완스컴퍼니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이자 부담이 누적되면서 재무 상태가 크게 나빠졌다.

2015년 5조원 수준이던 CJ제일제당의 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 기준 9조4천억원 수준으로, 4년 만에 차입금 규모가 2배로 급증했다.

CJ ENM은 1년 사이 주가가 24%나 빠졌고 시가총액은 1조원 이상 날아갔다.

CJ오쇼핑과의 합병 이후 사실상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 데다, 비용 부담이 증가하는 상황에 본업 성장세 또한 한풀 꺾였다는 평가다.

또 프로듀스 시리즈가 투표조작 사건에 휘말리면서 피해자 보상 등의 비용 증가가 불가피해졌고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점이 주가 하락의 리스크로 꼽힌다.

CJ CGV(-18.7%)와 스튜디오드래곤(-10.2%) 등 다른 엔터테인먼트 관련 계열사도 실적 부진으로 1년 새 주가가 10% 이상 빠졌다.

올해도 그룹 내 상장사들이 급격한 주가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CJ그룹이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한 전방위적인 재무 개선 작업에 돌입하면서 일시적인 효과는 나타나겠지만, 경기침체 등 대내외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아 가시적인 개선을 이뤄내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CJ는 그동안 높은 매출 성장세를 유지해 왔으나 영업이익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면서 "올해도 매출액 성장률은 8.9%로 과거 대비 다소 하락하겠으나, 지주 차원에서 수익성 중심의 경영이 강조되며 영업이익은 두 자릿수 증가를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조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기적인 비용 부담으로 시장이 기대하는 것처럼 빠른 이익률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며 " 외부 리스크도 확대되면서 타 부문의 실적 전망도 흐려진 모습이라 큰 폭의 반등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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