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일본의 수출규제를 계기로 불거진 불매운동 여파로 노선 재편을 통해 일본 비중을 줄이고 중국으로 발길을 돌렸던 국내 항공사들이 '우한 폐렴'이라는 새로운 리스크에 맞닥뜨리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에서 우한 폐렴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는 데다, 중동발(發) 위기로 국제유가 변동성까지 확대된 탓에 극심한 수익난을 겪고 있는 항공사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23일 "우한 폐렴 확산으로 인한 승객수 변화가 아직까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최대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은 지난해 8월 일본 여행 자제 분위기가 확산하고, 실제 여행객이 급감하자 이를 대체하기 위해 중국 노선을 14%에서 21%로 크게 늘렸다.

인천∼난퉁(南通) 노선을 시작으로 옌지(延吉)와 하얼빈(哈爾濱), 장자제(張家界) 등 6곳에 취항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한 일본 노선을 대체하려고 했다.

에어부산 또한 옌지와 장자제 등을 중심으로 노선 증편에 나섰고 이스타항공도 상하이 노선에 신규 취항하며 노선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과거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중국을 대신해 일본으로 눈을 돌렸던 것과는 정반대였다.

하지만 우한 폐렴 사태가 '제2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하면서 항공사들의 '보릿고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 내 우한 폐렴의 확진자가 늘어나는 추세인 데다, 발생 지역도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어 항공권 취소 등 여행기피 분위기도 커질 것으로 보여서다.

우한시가 있는 중국 후베이(湖北)성 정부는 전날 밤 기자회견을 열고 성 내 우한 폐렴 확진자가 444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우한 폐렴 확진자가 나와 여행을 계획했던 소비자들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지난 2003년 4월 사스 사태가 본격화했을 당시 대한항공은 중국노선 10개의 운휴를 결정했다. 아시아나항공 또한 4개 중국노선 운영을 중단하며 '사스 리스크'의 확산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당시 중국노선을 중심으로 탑승객 감소가 이어진 탓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전노선 탑승률은 15%가량 급감하는 등 수익성 악화도 심화했다.

업계에서는 오는 2월부터는 중국노선을 중심으로 항공사들의 실적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추가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겠지만 중국노선의 영업이익 기여도가 높은 업체들을 중심으로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며 "확산 여부에 따라 전반적인 여행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지난 2018년 3분기 12%였던 일본노선 매출 비중이 1년 만에 10% 수준으로 낮아진 반면, 중국노선의 비중은 17%에서 19%로 늘었다.

제주항공도 같은기간 일본 매출 비중이 23.84%에서 17.57%로 감소했지만, 중국노선의 경우 12.62%에서 15.02%'로 확대됐다.

대한항공은 중국 매출 비중이 13% 수준으로 비교적 크지 않지만, 우한노선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항공사들의 중국노선 재조정 작업이 본격화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LCC인 티웨이항공이 지난 21일로 예정된 인천∼우한 노선의 신규 취항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 등과 협의를 지속하고 있고, 상황에 맞춰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또한 직원들에게 감염 예방 수칙을 안내하고, 감염병 관리 대응 매뉴얼에 따라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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