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내 보험업계는 최악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저금리로 인한 자산운용 환경 악화에다 소비자 보호 강화, 정비수가 인상, 노동가동연한 상향 등이 맞물리는 다중고를 겪고 있어서다. 예전 보험만의 영역이던 곳에 통신사, IT회사, 자동차회사가 끼어들면서 합종연횡하는 변화의 조류도 맞닥뜨리고 있다. 보험업계가 현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는 주가 흐름이 잘 보여준다. 보험업종을 추종하는 KODEX 보험 상장지수펀드(ETF)는 2018년 초 1만원 수준을 정점으로 거의 50%가 빠졌다가 현재 소폭 올라선 상태다.







<그래프 설명 : KODEX 보험 ETF 주가 추이>



생명보험사는 상품 설계할 당시에는 많지 않았던 요양병원이 급증하면서 기존에 판매한 암보험의 보험료 지급과 관련해 국정감사장에서 큰 질타를 받았다. 이 모든 것은 저금리와 고령화라는 전대미문의 변수가 겹치면서 나타난 결과로 볼 수 있다. 한국은행은 고령화의 급속한 진행으로 1995년부터 2018년 기간 동안 실질금리가 약 3%포인트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또 생보와 손해보험사 간 상품 경계도 무너지면서 거의 완전 경쟁 시장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여기에 신지급여력제도(K-ICS)와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 숙제도 풀어야 할 상황이다.



손보사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작년 초부터 세 차례나 자동차 보험료 인상에 나섰지만, 손해율이 계속 상승하는 등 우울한 분위기가 가시지 않고 있다. KB손해보험이 이달 말 책임 개시되는 자동차보험부터 보험료를 평균 3.5%, DB손해보험은 내달 4일부터 3.4% 인상한다. 작년 12월 가결산 기준으로 삼성화재의 손해율은 100.1%, 현대해상 101%, DB손보 101%, KB손보 100.5% 등으로 업계에서 적정 손해율이라고 말하는 78~80%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러나 애초 업계가 기대했던 인상률과 달리 낮은 수준인 것은 국민 부담 증가에 따른 사회 불만 고조와 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당국의 '입김' 탓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국내 생보나 손보사가 이를 두고 '어쩔 수 없다'고 넋두리를 해버리더라도 해외에서 보는 시각은 다르다. 보험업계는 국내 보험업종에 투자하는 해외 장기 투자자들이 현 상황을 우려하는 기미가 있다고 전한다. 자동차 보험료 완전 자유화가 2001년부터 이뤄졌지만, 실상은 손해율 상승과 여건 변화를 보험사 자율로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하기 때문이다. 보험업종의 사업성과 수익성이 산업 내부에서 결정되지 않고, 외부 요인에 의해서 자꾸 좌지우지되는 상황은 주가에 큰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 2~3년 전만해도 국내 주요 손보사의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어섰지만, 지금은 40%대 후반으로 줄어든 배경 중 하나라는 분석도 있다.







<그래프 설명 : 삼성화재 주가(분홍)와 외국인 보유율(파랑) 추이>



보험료 인상을 '자율'이라고 적어놓고 '관리'라 읽어야 하는 현실이 계속된다면 어떻게 될까. 시장 상황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자꾸 시기를 놓친다면 나타날 부작용은 없을까. 우리나라는 최근 정부의 관리물가 품목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사회안전성 제고라는 긍정 측면이 있지만, 원가변동 요인을 무시한 시장 가격 억제는 나중에 급격하게 변동성을 키울 위험성도 낳게 된다. 결국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과 비슷한 결과를 낳는다. 보험업계도 변화된 자세가 필요하다. 판매시책비 경쟁으로 단기 성장에 치중하기보다 소비자와 '윈윈'하는 장기 가치 성장에 나서주기 바란다. (자산운용부장 이종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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