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예원 기자 =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아들면서 우리금융 이사회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당장 이날 예정된 행장 선임부터 고비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 금감원 제재심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 등을 고려해 손 회장에게 문책 경고 조치를 내렸다.

중징계를 받은 임원은 잔여 임기는 수행할 수 있지만, 향후 3년간 금융권에 취업할 수 없다.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확정될 예정이었던 손 회장 연임에 일단 제동이 걸린 셈이다.

제재 효력은 금융위원회의 의결을 거친 후에 발생한다. 따라서 금융위가 해당 제재안을 주주총회 이후 의결할 경우에는 손 회장이 연임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다만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 사태를 둘러싼 여론을 두고 연임을 강행하는 것이 부담이라는 점에서 손 회장이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우리금융 이사회가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사회는 이미 한 차례 손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하기로 결정하면서 손 회장 연임에 무게를 더한 바 있다. 그러나 중징계가 나온 상황에서 이사회가 또다시 금융당국의 결정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금융사에 대한 감독권한이 있는 금융당국과 대립하는 선례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유령증권 배당사고'를 냈던 삼성증권도 당시 구성훈 대표에 직무정지 3개월 처분이 나자 이사회 차원에서 거취를 논의했다.

KB금융지주 이사회 역시 지난 2014년 직무정지 처분을 받은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해임안건을 의결한 바 있다. 지난해 조용병 회장의 연임을 결정했던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재판 등으로 검찰과의 이슈여서 이번 사례와는 다르다.

이렇다 보니 오늘 예정된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도 예상 밖의 흐름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주로 만장일치로 행장이 선임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손 회장의 유고라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야 할 상황에서 행장 선임의 키를 쥐고 있는 손 회장의 영향력이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행장을 선임하는 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에 따라 손 회장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김정기 우리은행 영업지원부문 겸 HR그룹 집행부행장과 위기 때마다 돌파력을 주목받아 왔던 권광석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대표간 '2파전'으로 표가 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리금융그룹 임추위는 오전 중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 그룹 임추위는 지난 29일 숏 리스트 후보들에 대한 심층면접을 진행한 뒤에 차기 행장 후보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이날로 한 차례 미룬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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